첫 번째 편지 : '사유'의 시간을 가져볼래?
두 번째 편지 : '사유'는 왜 필요할까?
세 번째 편지 : '사유의 방법'을 알아볼래?
독립하여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랑하는 딸에게,
며칠 전 너와 통화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과 기대를 함께 느꼈어. ‘네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세상을 온전히 경험하고 있구나’ 싶더라.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는 네 모습도 참 대견하고.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네 시선이 달라지고,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네 모습도 보이더라. 사유의 다리를 건너며 얻게 되는 것들인데, 너는 이미 그 과정을 시작한 듯했어.
그런데 ‘본다’는 건 무엇일까? 단순히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을 의미할까? 엄마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는 것은 경험하고,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이야. 같은 풍경도 보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같은 것도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거야.
이라는 글자는 황새가 높은 곳에서 넓게 바라보는 모습을 본뜬 글자래.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황새처럼, 너도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더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겠지. 하지만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볼 수 있었으면 해. 그렇게 깊이 바라볼 수 있을 때,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거든. 이것이 네가 사유를 통해 얻게 될 첫 번째 깨달음이야. 네 '세계관'이 변화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이제 처음으로 해부학과 심리학을 배우게 된다고 했지? 엄마는 이 공부들이 네가 ‘몸과 정신’, 즉 인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 이를 통해 단순히 한 부분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야.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네 시선도 한층 넓어지겠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너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도 새롭게 다가올 거야. 스스로를 탐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그것이 네가 성장하는 중요한 길이 될 거야.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너만의 시각을, 엄마는 ‘인간관’이라 부르고 싶어.
그렇게 너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치관'도 변화할 수 있어. ‘내가 누구인지,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마 끝없는 여정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너는 계속해서 성장할 거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네가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도 한층 성숙해질 거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질수록,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겠지? 그런 변화들이 쌓여서 결국 너만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만들어 갈 거야.
또한,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거야. 엄마는 이것을 '초월관'이라 말하고 싶어. 사유를 하다 보면, 순간이 스쳐가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하고, 막연히 상상만 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지. 때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느껴지는 순간이 올 거야. 그 순간들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영원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어. 이런 순간들을 경험할 때,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깨달음을 얻게 돼.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 영향을 주고,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만드는 그 과정이 너를 더욱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야.
마지막으로, 네 삶의 방식도 점점 변화할 거야. 그것이 바로 너만의 '인생관'이겠지. 사고방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행동도 달라지고, 삶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들지도 점차 변할 거야.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미처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예를 들어, 예전에는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는지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도 있어. 혹은, 성공이나 성취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더 깊은 가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겠지.
이런 변화들은 네가 사유하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레 자리 잡을 거야. 그러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소중히 했으면 해. 때로는 고민이 많아지고,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야말로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길이 될 거야.
또한 그 성장 속에서 네 안에 더 많은 질문이 생길 거야. 왜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할까?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은 쉽사리 답을 주지 않지만, 바로 그 고민이 너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거야.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면서 네 생각이 점점 단단해지고, 어느 순간 너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중요한 건 그 선택 안에서 너 자신을 찾는 거야.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면,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익숙했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고, 사소한 순간들조차 의미 있게 느껴질 거야.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결국 너를 더 단단하게, 더 너답게 만들어 주지.
네 길을 걸어가면서, 생각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돌아보는 모든 것들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야.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든, 그 길을 지켜보며 응원할게.
2025년 3월 16일
사랑을 담아,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