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험 기간을 마치고 일주일간 집에 머무는 너를 보며, 엄마가 가장 신기하게 느낀 건 네가 너무나도 단단해졌다는 사실이야.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림 작업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속상해하며 울던 네 모습이 생생한데, 기숙사로 짐을 옮겨주고 돌아설 때까지만 해도 너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 같았어. 그런데 겨우 두 달 만에 마주한 너는 어쩐지 낯설 정도로 어른스러워 보였지.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엄마는 참 궁금했어.
그러다 너와의 대화 속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 역시, 그거였구나 싶었어.
며칠 전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에 나눴던 대화, 기억하니? 엄마가 쓴, '사유'에 대한 글을 다 읽고 이해가 되었냐고 물었을 때, 네 대답은 엄마에게 기적처럼 느껴졌어. 네가 엄마의 글을 읽기 바로 전 주에 학교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성찰 수업을 들었고, 덕분에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고 했지.
그 순간, 엄마는 깨달았어.
네가 단단해진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그건 네 안에서 세상을 배우고, 사유하는 힘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제야, 네가 했던 말이 진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 말은 네가 스스로를 믿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을 거야.
네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겠지.
너만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경험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것은,
엄마에게 전하는 네 깊은 마음이 담긴 메시지였어.
요즘 엄마는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제로 "우주"에 대해 글을 쓰고 있어.
"인간은 하나의 우주"라는 주제를 가지고 말이야.
왜 인간이 우주인지,
왜 자녀들 또한 각자의 우주인지,
왜 그들의 세상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스스로의 꿈을 창조하며 나아가야 하는지를.
사실, 그 광범위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오늘 새벽 두 시에 일어나 네 시간 동안 사유하고 있었어.
그런데 지난 1~2주 동안 풀리지 않던 연결고리가...
세상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우주, 너를 떠올리는 순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주, 너의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
너만의 우주를 펼쳐나갈 너를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어.
너는 하나의 우주야.
그리고 이제, 엄마는 그 우주를 온전히 네 손에 맡길 때가 된 것 같아.
그렇게 할게.
그리고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시작에 불과해.
다음 편지에서 더 깊은 우주 이야기를 나누어볼게.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싶어.
그때까지 기다려줘.
우주와 같은 마음으로, 너를 품었던 엄마가. ^^
2025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