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킨다는 것에 대하여

by 근아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나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행동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이었다.”


『질서 너머』에서 조던 피터슨은 두 살배기 손녀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었다. 손녀는 자신의 집게손가락을 사용해 흥미를 끄는 모든 사물들을 가리켰고, 그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표현했다. 특히 어른들의 관심을 유도해 낼 때, 그녀는 더욱 기뻐했다고 한다.


피터슨은 이 단순해 보이는 행위가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타인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심장한 인간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과 질문들이 떠올랐다.








첫째, ‘가리키다’라는 말의 의미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될까?

영어 원문을 찾아보니, 이 소제목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the point of pointing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oint’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요점, 의미, 요소, 점 등을 뜻하고, 동사로는 가리키다, 향하다, 겨누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 본문에서는 ‘point to’와 ‘indicate’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는 내적 의미와 의도를 지닌 ‘지시’의 행위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둘째, 왜 하필 집게손가락일까?

영어 원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든 질문이었다. ‘집게손가락’은 영어로 index finger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무언가를 집는다’는 의미가 있고, 영어에서는 ‘색인’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흥미로웠던 것은 ‘index’의 어원이다. 라틴어 index는 ‘지시하다(to point out)’, ‘표시하다’,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index finger는 단순히 신체 일부가 아니라, ‘지시와 지각의 상징’인 셈이다.


현대 영어에서 index of a book(책의 색인)은 정보를 찾아 가리키는 역할을 하고, index number는 특정 현상이나 수치를 가리키는 지표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색인’이라는 의미가 먼저가 아니라, 무언가를 가리키다는 원초적 행동이 ‘색인(index)’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 셈이다.


나라별 표현도 흥미로웠다.

프랑스어: index

독일어: Zeigefinger → zeigen(가리키다) + finger

일본어: 人差し指 (ひとさしゆび) → 사람을 가리키는 손가락

한국어: 집게손가락 → 무언가를 ‘집는’ 손가락


이 손가락 하나에 대해 각 언어가 부여한 이름만 봐도, 그 문화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미묘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언어가 가리킨다는 의미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어는 유일하게 무언가를 집는다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흥미로웠다.


단순한 명칭이지만, 그 안에는 언어마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기본 동작으로 여기는지가 말 한마디에도 녹아 있는 셈이다.




셋째,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가리키고 싶은가? 왜?

질문에 바로 떠오른 건, 집 앞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커다란 버섯들이었다. 내가 처음 겪는 이 낯선 자연의 풍경이 너무 신기해서, 누군가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거 봐, 신기하지 않아?’ 그렇게 함께 놀라고, 함께 궁금해하고 싶었다.


사실 내가 무언가를 가리킨다는 건,
‘여기에 내 관심이 있어요’,

‘이게 나에겐 의미 있어요’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한, 그 속에는 ‘모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르니까 더 알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관계와 연결, 호기심과 배움, 나눔으로 이어지는 대화의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넷째, 가리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섯째, 그 이면에는 어떤 본질이 존재할까.


이 질문들에 대해 나는 아직 완전히 정리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도, 그 의미를 며칠째 붙잡고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글, 그리고 이 브런치북 [ 내가 가리키는 것] 그 질문들의 연장선에서 시작되었다.





매주 토, 일 새벽 5시 발행


가리킨다는 행위는 단순한 손의 움직임 같지만, 내게 그것은 그 이상이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로 이끌고 싶은지, 무엇이 중요하다고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나는 지금 무엇을 놓고 싶고,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까지 담겨 있다.


가리킨다는 것은 곧 내 삶의 태도와 방향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내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연결되고 싶은지를 말하는 고백이다. 결국, 내가 가리키는 것은 내 존재의 의미와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행위인 것이다.








넷째, 다섯째 질문에 대한 답은 내일 글로 적고자 한다.

좀 더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24시간, 좀 더 곱씹어보고,

더 선명해진 생각을 마주하길 기대해 본다.






매일,

끊임없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질문들은 내가 『사유의 힘』의 브런치북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습관화된 생각의 흐름들이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며 세상을 알아가고,
새롭게 알게 된 깨달음을 내 삶에 적용시키며 나를 이해해 간다.


이렇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나 자신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만의 사상을 구축해 나가고,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다.


그 과정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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