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은, <두번째 시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한 달 전, 시드니 천문대를 방문했을 때
무척 흥미로운 선 하나를 보게 되었다.
천문대 뒷마당 쪽으로 가면 바닥에 길게 그어진 선이 있다.
바로 ‘정오를 표시하는 타임라인’, 더 정확히는 자오선(Meridian Line)이라 불리는 선이다.
천문대 투어를 하며 영어로 설명을 들었지만, 정확히 이해하려면 스스로 정보를 더 찾아봐야 했다. 한글 설명만 봤더라면 도리어 더 헷갈렸을 수도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설명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자오선은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정오(solar noon)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북쪽과 남쪽을 잇는 이 직선은 하늘의 자오선을 지상에 투영한 것으로, 태양이 이 선을 통과하는 순간이 바로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정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12시’와는 약간 다를 수 있다 한다.) 그리고 그 자오선의 왼쪽은 오전, 오른쪽은 오후를 나타낸다 한다.
또한, 천문대 내부에는 작은 구멍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태양빛은 바닥에 하나의 밝은 점을 만든다. 이 점이 자오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그 짧은 찰나가 정오이다.
시계를 보지 않고도
자연이 정해준 시간에 따라
하루의 중심을 확인할 수 있는 이 경험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마도 이 날의 경험이 내 안에 강하게 새겨졌던 것 같다.
그날 본 ‘하나의 중심 선’은 그 후 나의 디자인 안으로 스며들었다.
7월 출간을 앞둔 『엄마의 유산』 공저 북디자인의 중심에도 하나의 라인이 놓여 있다.
나에게는 그것이 시간의 중심을 이루는 선이다.
표면적으로는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맞물려 모래시계 형태를 만든다.
그 두개의 삼각형 안에는 수많은 상징이 담겨 있지만, (이것들은 나중에 공개하기로 하고,)
이 디자인 속 모레시계와 중심선은,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계승의 흐름,
뒤집을 수 있는 관점의 전환,
시간 속에 응축되는 의식의 흔적,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는 순환의 리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며 중심을 이루는 정오의 선
하루에 단 한 번,
해와 나와 그림자가 하나의 점에 서는 일체의 순간,
빛과 어둠의 양극이 정확히 포개지는 일치의 찰나,
해가 정남에 머물며 그림자가 사라지는 정오의 기적,
그 찰나의 순간은
존재와 세상이 완전히 겹쳐지는 시간의 정오(주).
그렇게 중심의 선은 존재의 중심축을 가리킨다.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 자오선처럼
딱 하루에 한 번,
자연과 내가 완전히 겹치는 찰나의 순간을 나는 디자인 안에 담고 싶었다.
그 찰나,
그 선 위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
(주) <엄마의 유산> 저자, 지담 작가님의 이야기를 디자인에 추가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