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독서 모임에서 한 멤버가 읽어준 글이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만물의 정기를 볼 수 있어. 그 정기는 내 영혼과 대화를 나누지. 우리 둘은 식물들이 자라나고, 양들이 그늘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내가 있는 이 자리는 세상에서는 아주 먼 곳이지만, 나는 여기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내가 지구에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은 죽어버리고, 만물의 정기도 사라져버릴 거라는 걸 난 잘 알아. 그래서 우리는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해. 나는 만물의 정기에게 생명과 온기를 주고, 만물의 정기는 내게 존재의 이유를 주지.’
해가 말했다.
‘넌 사랑을 아는구나.’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뜬금없이
이 글을 듣는 순간,
내 안에 떠오른 문장은
“나는 나를 너무 사랑했다.”였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구나.”
해와 만물의 정기처럼, 나 또한 나 자신과 멀어진 시간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부서져버릴까 두려워, 스스로를 멀리 둔 시간도 있었다.
삶이라는 거리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었다.
떨어져 있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인 것들이 있었고,
외면했던 나의 마음조차도 언젠가는 다시 껴안을 수 있음을 배웠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언제나 나를 끌어안고 있었던 건 아니다.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놓고 싶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모든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끝내 버리지 않았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해는 말한다.
“넌 사랑을 아는구나.”
이제는 그 말이 나에게도 들려오는 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끝내 돌아온 나를 향해.
사랑을 배운 존재가 된 나에게.
“넌 사랑을 아는구나.”
나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