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나는 변화하였다.
그러나 그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거창한 선언이나 엄청난 결단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이 조용히 스며든 시간의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낯선 생각 하나, 익숙한 감정을 비껴가는 말 한 줄, 혹은 반복되는 일상 속 불현듯 찾아온 정적.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멈춰 서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순간들이었다.
그 순간들이 내 마음을 염색하듯, 틈 사이로 천천히 젖어들었고, 나는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전엔 몰랐던 나의 얼굴을 새롭게 마주할 때가 있었다. 낯설고도 익숙한 그 감정들 속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의 다른 결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스며든다’는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보호하고 싶은 바람에, 마음의 경계를 단단히 했을 땐,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어느새 나의 삶이 스스로를 느슨하게 풀고 있었고, 나는 그 삶 속에서 나의 감정과 질문과 사유를 조용히 흡수하고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보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오랜 시간 갈증 난 토양처럼,
나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 변화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였지만, 내 안에서는 내 존재의 방향과 위치가 바뀌는 조용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 속에서 휩쓸려 한참을 돌다가 이제 평온을 찾은 듯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감정, 다른 판단, 다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낯설 만큼 선명하게 느껴진다. 마치 안갯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풍경처럼,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 나에게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그저 내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따라온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결국 변화는,
크게 흔들리고 나서야 생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스며들고,
어느 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변화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스며드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고, 드러남 또한 완결되지 않았다.
진정한 변화는 스며들고, 머무르고, 드러나는 그 모든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살아낸 나라는 존재도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소멸이 아닌, 다시 나에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