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vs 반복

by 근아

어제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처음 vs 전체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마주하거나, 혹은 경험한 것을 반복한다.

처음은 새로워서 설레면서도, 낯설고 서툴다.
반복은 지루할 수 있지만, 익숙하고 편안하다.


새로움은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반복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 둘은 서로 반대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함께 있어야 완전해진다.

낯선 순간이 주는 긴장과 익숙한 순간이 주는 안정이 교차하며,

우리는 조금씩 변화를 품은 채 같은 길을 걷는다.




이러한 것을 배움에 적용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낯설고 어렵다.

처음에는 방향도 잡히지 않고, 많은 부분을 놓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배움의 일부다.
익숙하지 않음이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서툶이 다음 걸음을 준비시킨다.


배웠던 것을 반복할 때는 점점 익혀지고, 나를 이해시키는 나만의 공부가 된다.

내용은 지식으로 들어와 몸과 생각 속에 쌓이는 감각이 된다.

반복 속에서 우리는 배우는 ‘대상’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것을 배우고 있는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움과 반복이 교차하며 다시 시작점과 마주하게 만드는 순환을 만든다.

결국 배움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며, 그 원 안에서 점점 다른 깊이로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Screenshot 2025-08-10 at 5.49.02 am.png Copyright 2025 정근아.




처음 배운 것을 다시 반복하면서, 한 단계씩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다시 반복한다고 해서 완벽히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단계,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간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며 단단해지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은 이전보다 더 넓게 확장된다.
그 확장은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 지식이 놓인 맥락과 의미까지 함께 넓히는 과정이 된다.

반복은 마치 나선형 계단을 오르듯, 겉보기에는 같은 자리를 도는 것 같아도 한 걸음씩 위로 올라서며 다른 각도의 풍경을 마주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이고, 옆을 바라보면 이전에는 가려져 있던 세부가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빈틈은 채워지고, 이미 알았던 것은 더 정교해지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계단의 폭을 넓히듯 확장된다.

결국 배움은, 똑같은 제자리 걸음처럼 보이더라도 조금씩 다른 높이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끊임없는 상승의 여정이다.


또한 같은 내용을 배워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바라보는 풍경은 결코 같지 않다.


배움의 방향이 직선이 아니라, 원이나 나선처럼 회전하며 상승하는 방향이 된다면,

그 안을 밀도 있게 채우는 것은 학습과 훈련, 그리고 꾸준한 반복이다.


그리고 배움을 품은 하루하루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경주가 아니라,

한 걸음씩 더 깊고 넓게 세상을 품어가는 여행이다.










Screenshot 2025-08-10 at 6.00.43 am.png 엄마의 유산: 네가 바로 블랙스완이야 , <회오리와 무위>의 일부. by 근아.



엄마의유산2025_123시리즈.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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