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과 옥스퍼드에서 지낸 지난 9월의 7일.
겉으로는 ‘여행’이라 표현했지만,
나에게 그 시간은 7일간 살아보기, 그리고 7일간 온몸으로 경험하기였다.
그곳의 공기와 사람들의 리듬, 오래된 건물들이 품고 있는 시간의 결을 직접 느끼며,
나는 책이나 온라인에서만 접하던 디자인, 예술의 도시를 실제의 속도로 걸어보고 있었다.
웅장한 건축물을 마주하고, 그 안에 담긴 수백 년의 시간을 느껴보았기에
이제야 비로소 ‘웅장함’이라는 말을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화’라는 추상적인 개념 또한 그곳에서의 삶을 온몸으로 겪어보았기에
조금은 구체적인 얼굴로 다가와, 나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화작가의 60년을 바라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내 깊은 곳에 품었기에
나는 ‘경험한다’는 것이 단지 보고 듣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게 하는 창조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여행 이후,
나는 더 이상 ‘외부의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사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온몸으로 받아들인 모든 장면과 감정, 그 시간의 결들이
어느새 나의 내부로 흘러들어와
조용히 나만의 언어와 그림과 디자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경험이란,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통로이자
새로운 창조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았다.
그 7일은 여행이 아니었고,
그 7일은
내가 ‘창조하는 나’로 건너가는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창조’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나의 삶으로 들어와
나의 사명이 되었다.
20살의 나는 유럽 여행을 통해
세상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한 넓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때의 여행은 나의 시야를 바깥으로 크게 펼쳐준 경험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찾은 영국에서
나는 또 한 번의 확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넓이가 아니라 깊이와 방향이었다.
그동안 ‘세계가 이렇게 넓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비로소
예술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시간과 인간의 경험이 어떤 방향으로 축적되어 가는지,
그 본질의 축을 마주하게 되었다.
넓이는 한순간에 시야를 넓혀주지만,
방향은 삶의 흐름을 바꾸었다.
짙은 예술의 결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나는 내가 어떤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또렷한 화살표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