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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Dec 19. 2023

새벽이다!
오늘은 뭘 창조하지?

메이페이퍼 ㅣ 나의 삶은 동화다 ㅣ 03

원숭이 웃는 소리

아이가 보채는 소리

아기들의 삑삑이 신발 소리

애교 부리는 소리

클래식 음악 소리

튜브에 바람 넣는 소리

심지어 줄넘기 쌩쌩이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새소리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호주의 소리. 


어떤 녀석의 소리인지 난 도통 알 수 없지만, 여기 호주의 새들은 목청도 좋다. 서로 내기라도 하는지, 자랑을 하는 건지 각자의 개성대로 마구마구 질러댄다. 하지만, 알토부터 소프라노까지 각자 맡은 바가 있는 듯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날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합창단이다! 


이 새벽의 합창단은

나의 모든 감각을 홀려버린다. 

내 귀는 새벽부터 활짝 열리고 

내 눈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눈을 감은채, 

모든 세포의 감각을 열어 새벽을 맞이하고, 

나의 몸을 깨운다. 

나는 알람이 필요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4:50분이다.






마치 새벽에 날 깨우기 위해 태양과 새들이 등장한 것처럼… 이 무한의 거대한 시중 앞에 나는 오늘을 창조할 창조자가 되어 이들의 시중을 감사히 온 가슴으로 받아 든다.


사람의 몸은 작으나 전세계이다.

우리의 육(肉) 속에 그 지기(知己)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풀은 기꺼이 우리의 육체를 치료한다.

우리를 위하여 바람은 불고,

대지는 휴식하고, 하늘은 움직이고, 샘은 흐른다.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이나 모두 우리에게 이롭다.

우리의 기쁨으로서, 아니면 우리의 보물로서,

전세계는 우리의 찬장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오락실이다.

(중략)


사람은 많은 하인의 시중을 받으면서 이 많은 시중을 못 느낀다.

사람이 병들어 창백하고 야위어 터벅터벅 걸어갈 때엔

어느 길이나 그를 도와준다.

아 위대한 사랑이여, 사람은 한 세계이고

또한 자기를 섬기는 또 한 세계를 갖고 있다. 


- 조지 하버트 (주1) - 









Copyright 2023.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지난 4월, 호주의 늦가을에, 우리 가족은 지금 사는 하우스로 이사 왔다.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봄이 지나 여름이 오니, 매일 아침 나의 새벽을 열어주는 한 친구가 있음을 알게 됐다. 하루가 시작되는, 태양이 등장하는 창조의 시간에 쿠카바라(주2)가 함께 해주며, 내가 호주에, 자연 속에 머무름을 확인시킨다. 


온 세상에 나, 태양 그리고 새소리로 가득한 새벽시간에 호주에서의 새로운 나를 맞이한다. 그러면 새벽은 나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준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내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점들을 제시해 주면서 나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새벽은 창조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치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쿠카바라의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었다. 쿠카바라도 그걸 알았을까. 새벽 합창단에서 노래를 마쳤음에도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의 솔로무대다. '내가 환청을 듣고 있는 건가.' 내가 영감 받으며 그림을 잘 그리라고 소로(주3)가 나에게 보내 준 쿠카바라일까. 며칠 동안 나를 애먹였던 일러스트는, 쿠카바라의 노랫소리를 들으니, 이상하리 만큼 쓱쓱쓱 그려졌다. 


아침은 나 자신이 깨어나는 시간, 깨어있음은 살아있음(주3)이다. 새들의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창조의 첫날 아침을 맞는 듯한 신선한 느낌에 휩싸인다(주4).  


오늘도

새벽

태양과 쿠카바라와 모든 새들의 기운 담아

나는 나를 열어본다

나에게서 탄생할

창조는 무엇인가!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주1) <에머슨 수상록> 조지 하버트의 시 : 영국의 형이상학파 시인

주2) 쿠카바라 : 쿠카바라는 새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호주의 대표적인 텃새,
새소리가 웃는 소리 같아서 호주인들은 
laughing Kookaburra라고 부른다.

주3)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05, 오래된 미래

주4)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2017,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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