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의 온도차

by 근아

한국의 겨울, 영하 10도의 날씨에서

호주의 여름, 40도의 날씨로 건너왔다.


온도계 위의 숫자는 단순한 차이를 말하지만,

몸은 그것을 ‘경험’으로 번역한다.

50도의 온도차로 피부보다 먼저 숨이 흔들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진맥진해진다.


한국의 겨울은 몸을 안쪽으로 접게 만든다.

목도리를 고쳐 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호흡마저 조심스럽게 다룬다.
공기는 날이 서 있어 한 걸음마다 생각이 또렷해진다.
차가움은 감각을 세워,
말보다 침묵이 먼저 말을 건다.


반대로 호주의 여름은 몸을 바깥으로 풀어헤친다.
햇빛은 무게를 가지고 내려앉고,
공기는 달궈진 채, 뜨거운 손으로 어깨를 붙든다.
그늘을 찾아 움직이는 일조차
하나의 선택이 된다.
생각은 느려지고,
몸이 먼저 판단한다.
지금은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서로 다른 두 계절의 양극 사이를 오고 가며

기진맥진함은 피로가 아니라,

몸이 새 리듬을 배우고 있다는

신호임을 알게 된다.


추위에서 단단해진 감각이
열기 앞에서 다시 풀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잠깐의 상태로 머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50도의 온도차는
나를 지치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비워냈다.


비워진 자리에서
나는 다시

호흡을 배운다.


‘무(無)’의 자리에서

균형은 자연스레

잡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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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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