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re-design 그리고 나를 re-design

by 근아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지난번 로고 리디자인의 성공사례를 살펴 보았으니, 이번엔 실패의 예를 살펴볼 차례다.


이번 리디자인은 실패가 아니라,

대참사라 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Gap이다.


Gap은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다양한 의류 및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196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고객들에게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의류를 제공한다. Gap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Gap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후드티나 청바지 같은 제품들로 유명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오던 Gap이 갑작스레, 2010년 로고 재디자인을 시도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상당한 논란을 빚었으며 결국 실패로 끝났다.


리디자인 된 로고는 이러하다.

Gap-Logo-Change.jpg

Gap은 클래식한 파란색 정사각형 로고를 소문자 "gap"이 작은 파란색 상자 안에 "p" 옆에 배치된 새 디자인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고객들과 디자인 커뮤니티로부터의 반발은 빠르고 강렬했다.


온라인 블로그에는 2천 개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댓글이 달렸고, 트위터에는 @Gaplogo라는 계정을 만들어 "Make your own Gap logo"라는 글에, 사람들이 1만 4천 개의 새로운 로고를 만들어 올렸다. 이 로고들은 새로운 gap의 로고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들이었다. 사람들은 Gap의 새로운 로고를 창의성이 부족하고 일반적이며 브랜드의 상징인 이미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Gap 로고 재디자인의 실패는 여러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갑작스러운 변화는 원래 로고에 강한 감정적 연결을 가진 기존 로열고객들을 소외시켰다. 둘째로, 새로운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생겼다. 셋째로, 재디자인을 위해 아이디어를 크라우드소싱하기로 한 결정은 일관된 비전과 품질 통제 부재로 이어졌다.


압도적인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응하여 Gap은 새 디자인을 공개한 후 1주일 이내에 원래 로고로 되돌아갔고, 이 사건은 재디자인 과정에서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주의를 준 사례로 작용했다.


The-Gap-Logo-Change.jpg.jpeg





디자이너로써 이러한 기사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내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피드백이 돌아올까.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 49%,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 51%의 마음이 동시에 든다.


당연히, 모든 이들이 나의 디자인을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Gap의 리디자인의 사례와 같은 반응이 올까 봐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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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의 글 마무리에서, 나는 내 리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자료는 찾지 못했다. 학교 사이트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해 놨어야 했는데, 다운로드 과정에서 몇 가지 과목이 누락이 되었고, 그중에 이 과목의 리포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성적표를 찾아봤다. 이 과제에 대한 성적은 85점, 호주에서는 A+, High Distinction: HD 점수에 해당된다. 턱걸이 A+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성적표를 바라보며,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다.


내가 리디자인을 했던, Plenty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교수로부터 받기 직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 너무 창피하다 너무 유치하다. 숙제를 못했다고 할까?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할까?' 내가 열심히 디자인했음에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이 정도의 디자인은 어느 수준의 레벨에 있는 걸까. 혹평을 받을까 걱정되었던 거다.


하지만, 웬걸, 교수는 바로 이 디자인을 사용해도 될 만큼, 디자인 자체로 충분하다 했다. 20년의 경력을 가진 교수의 판단에 나의 작업은 A+였다.


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의 디자인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구나.


나만 몰랐네.

아니 나만 나를 믿지 못했네.


내가 생각해 오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는

꽤 큰 차이,

꽤 큰 gap(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니 인정해야 했다.

그게 사실일테니까.


그때부터는 나는 나를 자체평가하는 내 머리를 믿지 않는다.

나는 나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나의 디자인을 믿는다.



그리고, 내 디자인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피드백이 두렵고, 겁이 난다해도, 그건 나의 머리가 만들어 낸 생각일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를 그리 re-design 했다.











다시 Gap 리디자인 된 로고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Gap이 새로 내놓은 디자인 자체가 하루 만에 그러한 몰매를 맞을 정도로 디자인이 엉망인가?


디자인 자체만 봐보자.

그렇게 형편없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저 이전의 로고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기에, 그리고 갑작스러운 변화였기에, 대중들의 사랑을 못 받았을 것이다.


2010년 4월 아이패드가 출시되었다.


아마도 Gap은 이러한 온라인 마켓과 소셜미디어에서 사용되는 로고를 위해, 새로운 로고가 필요했을 것이고, 2010년에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을 것이다. 작은 화면에서 가독성이 좋은 심플한 로고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중들보다 더 멀리 내다본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리디자인된 로고도 사랑을 받았어야 했다.



그 디자인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디자인이기에.








2024년 3월 현재, Gap의 웹사이트에서는 아래와 같은 로고를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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