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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Aug 22. 2024

시시한 여행 ep4.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다.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 체력왕 시어머니와 함께라면!


부모님과 여행할 때 꼭 알아두세요!



1. 센스 있게 화장실은 자주 들러주세요.

우리의 '시시한 여행'은 도시 간 이동이 많은 터라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 이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주 어머니께서 화장실을 가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주 간다고? 할 만큼...


당장 급하지 않더라도 혹시나 갑자기 신호가 오면 젊은 사람들처럼 참는 게 쉽지 않으니 불안감에 그러시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도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장소에서 화장실 위치를 잘 파악하고 센스 있게 꼬박꼬박 미리 챙겨드리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어른들과 낯선 곳을 여행한다면 꼭 챙겨야 할 점 중 하나일 듯하다.



2. 특색 있는 기념품을 좋아하세요.

한국에서라면 눈길도 주지 않을 테지만 평생 한번, 앞으로 또 언제 와보겠냐라는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하시는 부모님껜 도시 이름만 들어가도, 유명한 심볼만으로도 이곳을 추억하고 간직하는 소중한 단서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눈엔 사실 거기서 다 거긴데 싶은 에코백을 가는 곳마다 매번 너무 새롭게 보시고 좋아라 하면서 결국 내 거 해버리는 어머니의 쇼핑 욕구가 참 재밌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나고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중하게 느끼시는 게 당연지사. 나의 마음이 참 좁네 좁아...



3.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세요.

처음 이 여행을 기획하면서 49년생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어머니의 체력이 가장 걱정이었다.

게다가 중국 국적기로 베이징을 11시간씩이나 경유해 밀라노까지 오는 이 험난한 여정 이후, 과연 당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일정이 어머니 컨디션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걸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직전인 19년 이태리 여행에서 내가 바로 그 '시차(Jet lag)'란 것을 처음 겪은 후론 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처음 겪는 시차에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내 상태에 좀 놀라기도 했었고... 그런데 웬일로 어머니께선 베이징 시내를 낮부터 활보하고 다녀오신 후에 새벽 내 비행기에서 눈을 붙이시고 다시 밀라노 새벽 도착과 동시에... 휴~ 잠깐 샤워 후 곧장 그 길로 투어를 나가자 하셨을 만큼 어디서 그런 슈퍼 파워~ㄹ이 나오는 건지 놀랍기만 했다.


여행 3일 차에 우린 밀라노에서 피렌체까지 약 300km가 넘는 4시간 거릴 차를 타고 달려와 그날 저녁 무렵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야경 도보투어에 참여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어머니 체력 걱정에 괜한 짓을 한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단테의 생가 바닥 어디메엔 그의 얼굴이 이렇게 새겨져 있는데 물을 뿌려야만 볼수 있다고 한다.


피렌체의 꽃 두오모를 거쳐, 천국의 문, <신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생가를 지나 다시 시뇨리아 광장에서 우피치 미술관 외부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 코스인 베끼오다리 앞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둑해졌다.


아르노 강 베끼오 다리를 배경으로 우리 시시 모녀는 오늘도 행복한 미소로 찰칵!
휴~~ 오늘도 멋진 하루였다! 그럼 이제...

어서 숙소로 돌아가 다릴 좀 뻗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때 우리의 가이드 왈


혹시 30분 정도 더 걸어서
미켈란젤로 언덕 가실 분들~ 함께 이동하실게요!


헉!!!! 다리를 끌며 여기까지 온 나로선 상상도 못 할 일, 설마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께 의향을 물으니 1초의 고민도 없이 

당연히 가야지!라고... 하신다.

당신께선 투어 비공식 마무리인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가는 것에 대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다시 걸음을 재촉하신다. 그래서 난? 어떻게 됐을지? 상상에 맡깁니다. ㅎㅎㅎ


여행에선 어르신이라고 너무 체력을 얕보거나 당연히 힘들겠지란 생각은 잠시 넣어두어도 되는 순간이다.

첫날 밀라노만의 기적이 아닌, 정말 우리 시어머니는 강철 멘탈로 체력을 이기시는 분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행 마지막까지 당신의 관절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더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길 원하는 어머닐 보며  '여행이란?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생기게 하는 명약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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