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이 Aug 26. 2024

시시한 여행 ep5. 피렌체에서 한가족 두 여행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 하루쯤은 자유시간이 필요해!

이태리 여행 나흘차.
오늘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작정했던
한 가족 두 여행을 실행할 바로 그날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9년 전쯤 피렌체 여행을 하면서 우피치미술관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시누는 아주아주 오래전 서유럽 패키지로 이태리의 관문인 로마만 찍고 갔던터, 이번 여행에서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을 꼭 가보고 싶다 하셨다. 그리하여 이번 여행의 주무대인 이태리 북부에서 아래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피렌체로 달려온 것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피렌체는 아름답고 활기찼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어디에서 봐도 그 자태가 곱고 아름답다. 두오모뷰가 환상적인 도서관 카페에서...


이 지점에서 잠시 고민이 되었다. 우피치는 너무 좋지만 또 가느냐 아니면 다른 걸 하느냐. 우리 부부는 같은 마음으로 동시에 '골프'를 외쳤다. 하여 우리는 이날 피렌체 근교의 골프장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오전 일찍부터 시작해 5시간 가까이 진행되기에 한가족 두 여행이 무리 없이 진행될만했다.


이런 두 개의 플랜을 고려해 내가 예약한 피렌체 숙소는 우피치 미술관과 시뇨리아 광장에서 불과 3~4분 거리에 위치한 시내 중심가였다. 아파트먼트형 숙소로 방 두 개에 거실과 주방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여행에 추천할만하다. 2박 기준, 도시세 포함 8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긴 했지만 혹시 미술관 투어가 우리보다 일찍 마치더라도 두 분이 얼마든지 숙소에 돌아와 쉴 수 있는 곳으로 야무지게 섭외를 해두었다. 5시간 가까운 워킹투어 후엔 누구나 쉼이 필요하기에...  

피렌체 숙소: Yome - Your Home in Florence Via del Corso, 7, 50122 Firenze FI, 이탈리아


골프 티타임도 미술관 관람 시작 시간과 비슷하게 맞춰 예약을 했기에 우리 역시 새벽같이 준비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최근 골프에 푹 빠지고 나서부터는 해외여행에서 골프라운딩은 빠뜨릴 수 없는 이벤트가 되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여기! <LE PAVONIERE GOLF CLUB>


구글 평점 4.5에 리뷰만큼 난이도도 꽤 상급에 코스관리도 훌륭했다. [풍경사진은 공식홈페이지에서 참고]


피렌체 숙소에서 40분쯤 차로 달려온 이곳은 생각보다 클럽하우스가 화려하진 않았다. 구글 평점에 비춰봤을 때 되려 소박하다고 생각이 들 만큼. 우리나라는 솔직히 코스의 퀄리티보다 되려 웅장하고 '있어빌리티'스러운 모양을 갖춘 클럽하우스들이 꽤 있는데 생각보다 해외 골프장을 다녀보면 클럽하우스는 의외로 단출하고 평범한 것 같다. 대부분 만들어진 지 오래되긴 했지만 막상 코스에 나가보면 '우아' 포인트가 많은 걸로 보아 코스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이날 우리가 지불한 비용은 2인 기준으로 그린피 130유로, 카트 50유로, 클럽 렌털 50유로 합이 230유로(약 34만원)이니 상급 수준의 골프장인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1995년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가 설계한 Le Pavoniere Golf & Country Club


그림같은 곳에서 그림같이 치면 얼마나 황홀하겠냐마는, 이 날따라 남편의 공은 맞는 순간 발이 달렸는지 어디론가 도망가고 결국 가져온 새 볼 한 다스를 몽땅 잃어버리고 내 몇 개 남지 않은 볼까지 탐을 내었다. 실의에 빠진 남편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위로는커녕 난 거꾸로다. 로스트볼이나 사 올 것이지 왜 새볼은 사 와서 일회용으로 여기다 기부하고 가느냐고 구박을 해대며 악처로 변신한다. 그는 더 이상 골프를 칠 힘이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둘 뿐인 라운딩에서 파트너가 이렇게 안 맞는 날엔 괜히 나까지 영향을 받는 느낌이라 나도 덩달아 이곳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핑계로 이날 스코어는 이태리에 묻고 온 걸로...


하지만 라운딩 후에 우리의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준 것은 정말 기대하지 않고 주문한 이곳 클럽하우스의 파스타였다. 정말 평생 먹어본 뽀모도로 스파게티 중 단연 최고였다. 게 눈 감추듯 먹고 추가로 주문한 해산물 오일파스타 역시... 아... 골프 때문에 가출한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ㅎㅎㅎ

    

다시 피렌체에 여행온다면 파스타 먹으러 꼭 방문해 볼 만한 서프라이즈 맛집이었다.


브런치에 박제해두고 한번씩 눈으로 꺼내먹어보련다. 


여유를 부리며 식사를 한참 맛있게 하고 나니 슬슬 피렌체에 남겨진 가족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숙소가 코앞이니 가서 편히 쉬고 계시겠지 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미술관 관람이 끝난 후에도 어머니와 시누는 시뇨리아 광장 어딘가에서 타는듯한 이태리의 오후 볕에 몇 시간째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대체 왜... 그러셨냐고 여쭤보니 어머니께선 '집에 들어가면 몸이 퍼질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들어갔다'는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집에서 잠시 충전을 하시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우리를 보시자 조금 기운이 나시는지 괜찮다며 이제 또 좋은 곳으로 함께 이동하자신다. 에고 어머니...


오늘 저녁은 모두가 좋아할 피렌체 티본스테이크 최고 맛집을 갈 예정이다. 어제 피렌체 도착하자마자 맛보았던 티본스테이크지만 모두가 "One more"를 외치니 안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해 빨리 가서 기다릴 작정으로 찾은 곳은 9년 전 우리 부부가 환장하며 먹었던 곳으로, 어언 십 년 가까이 그 집 참 맛있었지 하며 그리워하던 바로 그 맛, 그 스테이크 집이었다.


당시 옆 테이블에 앉은 미국에서 온 노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당신들은 매년 여길 방문 한다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문을 떼시며, 자식 자랑에 바쁘셨던 미국 어르신들 얘기와 함께, 그 '피 철철 레어'로 먹어야만 맛이 난다며 언젠가 다시 먹을 수 있겠지 했던 바로 그 집.


피렌체 티본스테이크 추천 맛집
Ristorante del Fagioli https://maps.app.goo.gl/7McSHqshpwuUxk2c6

  

9년 만에 다시 찾은 델 파지올리, 현지인 맛집 포스가 좔좔~ 다행히 긴 대기 끝에 오픈하자마자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어제의 스테이크로 뭔가 아쉬웠던 시시 모녀께 오늘의 고생을 보답하기라도 하듯, 그리고 또 언제 오겠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주문세례를 했다. 주문하기 무섭게 금세 사라지는 접시 속 음식들이 이 집의 맛을 가늠케 할 정도였고, ㅎㅎ 역시 이 집은 우리가 9년간 그리워할 만했다. 이렇게 한가족 두 플랜으로 예상 못한 해프닝? 도 있긴 했지만 오늘 저녁 역시 하하호호 우리는 또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오누이가 오늘따라 다정해 보이는 저녁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