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떠나기 전, 꼭 맛봐야 하는 샌드위치가 있다며 시누가 바삐 움직인다. 오픈런 맛집이니 빨리 가서 줄을 서겠다는데...
뭘 그렇게까지 할꼬... 싶은 내 솔직한 마음. 숙소에서 방금 라면과 깻잎장아찌, 장조림, 김, 햇반 등등 살뜰히 챙겨간 한식으로 오래간만에 입샤워를 하고 나온 뒤였기에 지금 뭘 또 먹누 하는 심정이었다. 또 체크아웃 후 렌터카가 주차된 공영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 짐을 날라야 하느라 난 샌드위치엔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하여 이번 역시 두 조로 나누어 움직였다.
내 몸집만 한 캐리어 딜리버리를 마치곤 한숨 돌릴 새 없이 시누와 어머니를 만나러 다시 시뇨리아 광장 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한눈에 봐도 엄청난 사이즈의 샌드위치를 양손에 그득 들고 오는 두 분이 보인다. 좀 보태서 내 얼굴만 한 샌드위치를 네 개씩이나 인원수대로 사가지고선...
이게 1인분이라고!? 프로슈토(건염 생햄)로 속이 꽉 찬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시누는 가장 대표 메뉴인 듯한 이걸로 네 명 똑같이 주문했다고...
구글 리뷰만 4만개가 넘는, 진한 풍미와 비쥬얼에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한다.
'너무 고기고기한 거 아냐? 이왕이면 다양한 메뉴로 사도 좋았을 텐데... 네 개씩이나 다 같은 걸 굳이!'
라며 내적 투덜거림을 뿜고 있던 나는, 좀 전 숙소에서 끓여 먹은 라면도 아직 소화가 될 되었고 우선 이동이 급선무였기에 슬며시 빈 봉투에 넣어둔다. 입을 데면 한 번에 절대 못 먹을 양이라 적당한 때를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 먼저 얘기하자면 이 샌드위치는 미쳤다. 진짜 내 생애 최고의 '인생 샌드위치'였다.
다음 여정인 베로나로 도시를 옮겨간 후, 출출해진 배를 달랠 겸 아까 봉지 속으로 넣어두었던 샌드위치를 꺼내 들고 화이트 와인 한 모금 곁들이니 세상에나!!! 진짜 근사한 술안주가 되기도 하고, 한입 떼고 나면 저 큰걸 멈출 수 없이 단숨에 먹어치우게 되는 마력! 왜 빅사이즈로 파는지 그냥 다 이해가 됐다.
먹는 내내 흐뭇하게 만족스러웠다. 한편으론 왜 아까 투덜되가지곤 괜히 줄 서느라 고생까지 해서 이걸 맛 보여준 시누에게 또 한 번 미안하고 감사했다. 정말이지 난 아직 멀었다. 속이 좁은 건지 여행 중이라 예민해진 건지 괜스레 시누한테 미안해져 진심 가득한 말을 수차례 건넸다.
숙소와 지척에 있어 젤라또 생각날 때 가봐야지 했던 곳이 알고 보니 엄청난 대박 맛집였다니!! 피렌체 워킹투어를 이끈 가이드분이 여긴 꼭 가봐야 할 맛집이라 콕 짚어 주는데 그때부터 난 마치는 길로 여기부터 가보리란 생각뿐였다. 젤라또도 어마어마하지만 수박을 끓이고 졸여서 단맛을 농축한 뒤 다시 얼려서 갈아준다는 그 '수박 슬러쉬'의 달디단 맛이 너무나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명불허전, 여긴 첫 번째 방문 후 몇 번이고 찾았던 곳으로 수박슬러쉬 외에도 깨맛 젤라또가 아주 기막히다. 꼭 한번 맛보고 오시길! 우리 시누는 가뜩이나 스윗 러버인데 피렌체 마지막 날, 젤라또 한 컵을 싹 비우더니 다시 줄을 서서 하나를 더 사 올 정도로 피렌체를 떠나는 우리의 발길을 한번 더 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참! 피렌체에서 길을 가다 이렇게 생긴 빈티지샵이 보인다면 내부로 들어가서 구경 한 번 해보시길~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빈티지샵이었지만 매의 눈으로 이 곳에서 보석같은 어머니의 선물을 발견했다.
일정 내내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던 시어머니의 선글라스가 저 중 하나였고 덕분에 난 아주 센스 있는 며느리 노릇을 했다.
사실 이곳은 엄선된 레코드, 악기, 서적들을 파는 전문점인데 그 분야보다 우리가 좋아한 파트는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던 특별한 액세서리들이었다. 유럽에서 이런 샵들을 만나면 한번 들어가 체험해 보는 것도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주는 이벤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