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Yzing Life in Hawaii ep.04
나의 집은 어디에?
어학연수를 위해 이곳 하와이까지 왔지만, 사실 한국에서부터 학교를 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고민됐던 건, 바로 집을 정하는 문제였다. 당장 닷새 남짓 머물 수 있는 호텔 예약뿐 그 이후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기에 더욱 불안할 수밖에…
잠시 묶었던 쉐라톤 프린세스 카이울라니 호텔은 하룻밤 40만 원이 넘었는데, 솔직히 시설이나 어매니티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장점이라면 와이키키비치 바로 한 블록 뒤라 길만 건너면 바다긴 했지만.
와이키키비치에 바로 면해있는 호텔들은 박당 족히 50~100만 원을 넘나드는 게 일반적인 걸 보니 세계적인 휴양지인게 실감이 났다.
돈걱정만 없다면야 위치 좋고 풀장, GYM 등 각종 편의시설과 어매니티가 잘 갖춰진 신축 콘도만 한 게 없겠지만 집값으로만 족히 월 600~700만 원씩 (심지어 이것도 장기 계약 시 제공되는 금액) 낼 수 있는 형편은 아니기에 최대한 가성비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기로 했다.
당연히 한국에서 떠나기 전 비즈니스 콘도부터 에어비앤비, 각종 현지 정보지, 온라인 카페 등을 샅샅이 뒤지긴 했지만, 집을 구하지 않고 하와이에 온 이유는 당최 인터넷 정보만으론 피부로 와닿지 않았고 유학원 조언대로 ‘직접 부딪혀보자’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어학원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데이. 학교를 둘러보며 간단히 Q&A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 기회다 싶어 이곳에서 운영 중인 학생 전용 홈스테이나 콘도, 기숙시설 등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꼼꼼히 검토해 보니 가격대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컨디션이었다. 심지어 수준에 비해 비싸다고 느껴질 만큼 내 기준에선 너무 별로였다.
입학후 겪어보니 실제로 이 어학원의 10대 후반, 20대 학생들이 주로 이곳의 이용자였다. 그만큼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 과정 중에 온 비교적 어린 친구들과 그의 부모님들에겐 해외 장기 체류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학교 추천 시설을 1순위로 믿고 이용했을 테지만 난 이래 봬도 40년 이상 짬 좀 되는 나름 스마트 쇼퍼이지 않은가?
게다가, 나만큼 늦깎이로 이곳을 오게 된 한국인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직접 발품 팔길 잘했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인 언니는 '어학원에서 추천한 홈스테이니 오죽 믿을만하겠냐'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한국에서부터 이용 계약을 하고 왔건만 결과는 끔찍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TV 속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봤을까 한 ‘하와이 판 쓰레기 집’, 딱 그런 집이었다 했다.
위생이며 분위기며 위치며 정말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는 수준이라, 사진으로 찍어 학교 스태프에게 환불 이슈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왜 당신만 유난이냐"는 어이없는 반응뿐. 결국 예상과 달리 본인에게 유리할 것 하나 없는 싸움이 될 것을 직감하며 자신의 멘탈과 시간을 보호하기 위해 지불한 돈 다 포기하고 직접 에어비앤비를 구해서 이사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일화.
교사 신분으로 안식년을 맞아 ‘하와이 충전’을 기대하고 왔다가 정말 첫날부터 상상도 못 한 참혹 그 자체였기에… 충격이 꽤 컸을 것이다. 결국 학교를 통하는 게 모두 믿을만한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단 사실.
이런 부정적 경험이 언니가 향후 하와이에 대한 인식과 또 새롭게 만나는 이곳에서의 인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모든 하와이 홈스테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선입견이 생길까 걱정은 되는 게 사실이다. 일부 사례이니 참고만 하시길!)
정말 다행인 건, 난 집 구하는 데 있어선 럭키였다. 첫 번째 집은 한국서부터 가장 관심이 가던 곳으로 알라모아나센터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지구 바로 앞에 위치한, 동네에서는 나름 신축콘도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콘도는 대부분 일본인과 한국인들의 소유로 해질녘 즈음 풀장에 있노라면 흡사 강릉이나 양양 어딘가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 데리고 오는 호텔 루프탑 풀장의 풍경과 다를 게 없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오후 5시도 채 안된 시간이지만 이곳의 풀장은 일 마치고 온 아빠들이 방전된 엄마의 육퇴를 돕고자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물장구도 치고 수영을 가르치는 아주 훈훈한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시 집 구하기로 돌아와, 새침한 인상(하지만 부산 사투리가 인상적인)의 집주인 언니(?) 안내로 집을 꼼꼼히 둘러보았고 20평 중반대의 새 아파트에 화장실 하나 방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고 주방과 거실은 주인과 함께 공유한다는 설명을 듣고, 그냥 여기다 싶어 결국 원샷 원킬로 첫 방문만에 3개월 계약을 확정해 버렸다!
집세는 당시 집 구하기 헬퍼로 하와이까지 따라와 준 남편과 남은 며칠간의 황금 같은 시간을 기회비용이라 쳤을 때 충분히 맞바꿀만하다고 생각됐을 정도. 그러나 3주 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단 조건에 입주 전까지 머물 곳이 필요해진 상황.
다행히 같은 날 다음 방문할 집으로 약속 잡아놓았던 다이아몬드 헤드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 한인민박집을 방문했다. 최근에 장염으로 엄청 고생하고 계신다는 (심지어 너무 아파 보이셔서 살짝 안타깝기까지 한) 집주인 이모님의 안내로 집을 마저 둘러본 후 곧바로 계약을 마무리해 버리는 ‘하와이의 쾌녀’는 반나절만에 주택 탐방 및 계약까지 끝내버렸답니다.(아픈 분께 디스카운트까지 요구한 깍쟁이 하숙생)
‘하와이의 쾌녀’는 주택 탐방 및 계약까지 반나절만에 끝내버렸답니다.
요약하자면 이 두 곳은 내게 앞으로 하와이 여정에서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
May's Advice
렌트비 지불은 보통 한 달 치를 보증금으로 계약시점에 미리 지불하고 입주 시 선불로 한 달 치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년 가을,
한국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는 나의 사람들에게 행복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냈던 사진.
From. Honolulu , Kakaako street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