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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un 17. 2024

와이키키 어학원 첫날, 한 끗 차 휴가의 의미

aMAYzing Life in Hawii ep.05

살면서 “My name is OOO” 쯤은 달달 외도록 써보고 이에 더해 내 나이며, 직업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쯤은 그래도 말할 줄 아는 수준은 되었다 생각했는데 실제 미국 땅에서 내 앞에 인터뷰하는 이가 미쿡 사람이라면 말이 좀 다르지…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와이키키 어학원 첫날, 당연한 수순대로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한 5분 남짓 지났을까… 사실 선생님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준비해 간 말로 나를 가급적 제한적으로 표현한 후 ‘휴, 그래. 이만하면 됐다…’ 하며 황급히 인터뷰를 마무리했는데, 세상에 이게 끝이 아니었다니. 본격적인 레벨 테스트가 남았단다. 이제부터 듣고 읽고 푸는 테스트를 한 시간 가까이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 망했따…’ 대기업을 다녔어도 그닥 영어 쓸 일 많지 않았다… 고 하는 건 핑계고, 그보다 사실 저 영포자예요… 가 맞겠지!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하와이는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오래전부터 선호하는 지역이기에 그런 걱정은 집어넣어도 된다.” 그냥 위로인가 했더니, 참말이었다니!


같은 날 들어온 다국적, 다연령의 입학 동기들이 한 열 명 남짓은 되었던 것 같은데, 그중 나를 제외한 또 한 명의 한국인이 눈에 띄었다. 무지 반가웠지만 시험을 앞두고는 죄다 조심스러워서 인사는커녕 머릿속엔 우선 코앞에 닥친 시험부터 해치우잔 생각뿐이었다.



늦깎이라는 꼬리표, 스스로 내려놓기


하와이 어학연수를 알아보며 처음 유학원에 연락했을 때 조심스레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이 나이에도 영어 배우러 가기 늦지 않았을까요?”였는데 그때 되돌아온 정말 나의 무릎을 탁 치게 했던 한마디.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하와이는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오래전부터 선호하는 지역이기에 그런 걱정은 집어넣어도 된다.”였다. 그냥 위로인가 했더니, 참말이었다니!!


내 눈앞에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있는 걸 보며 다시금 아… 잘 왔다! 싶은 마음. 솔직히 안도가 되었다. 물론 레벨 테스트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지만.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하며 그냥 마음을 내려놓는 수밖에.  



누나 미소를 짓게 만든 한국인 동기의 정체는?


아까 미뤄 둔 인사, 한국인 동기에게 통성명을 청했다.

“나는 메이!”

“나는 제이!”

“요즘 유행인가? 이런 영어 이름 ㅎㅎ”


통성명에 이어진 스몰톡. 소름 돋게 충격적이었던 건 정말 세상 좁다는 말! 여기서 처음 마주친 한국사람과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인데 우리가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였다니…. 진짜 착하게 살아야 해!


J는 현재 변호사로 이전 직장인 방송사에서 법무팀 업무를 담당했었다는 말에 바로

“어! 나와 함께 일하던 후배들도 지금 거기…”

그르게 말이다. 좁다! 세상! 그 덕인지 우리는 금세 벽이 허물어졌다. 물론 다음날 학교 게시판에 걸린 반배정 통지를 확인하며 현격한 레벨 차이에 살짝 벽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하하.



바캉스 와서 랭귀지스쿨을? '휴가'의 의미


새 직장으로 이직을 결심한 후 입사 전 3주간의 휴가를 하와이로 정하고 어학원을 신청했다는 J.

'이런 마인드라면 정말 착실한 청년이겠구먼'하는 누나 미소를 절로 짓게 하는 입학동기생이 있어서 어학원에서의 첫날이, 그 어색하기만 했던 공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J의 경우처럼 이곳 학교 생활에서 가끔 일본인, 유럽인들의 이색적인 휴가 문화에 아하~ 하고 감명받았던 적이 있다. 고작 일이주 휴가차 하와이에 오게 되더라도 ‘오전엔 어학원에서 영어공부’하는 것 역시, 현지 문화 체험 및 산 경험의 일환이라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성실하게 레벨 테스트까지 받으며 여길 오는 관광객이자 학생들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때로는 부부가 함께 와서 각자 따로 홈스테이를 잡고 최대한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거나 몇 년 전 딸이 다녀간 이곳을 이번엔 엄마가 배우러 온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용기와 마인드에 '휴가'란 의미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용기를 내자!


소소하지만 궁금한 어학원의 첫날 풍경


01. 첫날엔 무얼 하나?

매주 월요일은 신입생을 맞이하는 날. 이날 2시간 남짓 레벨 테스트 후 학교 규칙, 매뉴얼 설명을 해주는 담당 디렉터와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진다. 다음날부터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배정된 반으로 출석하게 된다.


02. 수업 기간은?

내가 다닌 어학원의 경우, 한 교과서가 총 12 챕터, 약 12주 분량이다. 매주 금요일 테스트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으면 12주 후에 레벨업할 수 있는 시스템. 만약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지 못한 소위 낙제 점수라면 동일한 레벨로 더 공부하면 된다.


03. 더 빨리 레벨업하고 싶다면?

승급 시험 신청이 가능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바로 상위 레벨로 고고. 나 역시 승급 시험에 도전, 운 좋게도 한 달을 단축해 상위 레벨로 이동하며 되게 뿌듯해했었다.


04. 어학원 학생 국적이나 비율은?

시기마다 다르고 반마다 다르지만 처음 내가 속한 B1 클래스는 총 15명 정원에, 일본 7, 한국 3, 스위스 2, 몽골 1의 비율이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아시안 비중이 줄며 유럽 학생들이 거의 70~80% 이상 머릿수를 차지한다.



May’s Advice | 영어 이름은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으로

5월에 하와이를 온 기념으로 남편이 친히 MAY란 영어 이름을 지어줬는데, 이곳에선 한국으로 치면 '오월이'처럼 친근한 뉘앙스의 이름이라고 했다. 다들 기억하기 쉽다고 좋아해 주니 한동안 메이가 본명보다 더 익숙해졌고 마치 나의 하와이 맞춤 부캐처럼 어학연수 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호놀룰루 공항에 처음 내려 이용한 한인택시. 그때 기사님의 한마디. "여긴 30년 전 한국 수준이라 생각하면 될 거예요 뭐든..." 지내다 보니 수긍되는 부분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복합적인 감정.


HoMA의 하와이안 아트 전시관서 마주한 이 그림. 현대화, 산업화되어가는 하와이의 현실에 놓여진 어린 원주민 소녀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하와이라는 축복받은 섬에서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혹여, 30년의 더딘 속도가 필요했던 아니었을까.

From. Honolulu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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