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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가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16

by 메이쌤

참 어렵다

실력을 증명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인데 영어실력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영어강사가 실력을 증명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영어 실력과 강의력.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난이도는 훨씬 높은 편이다.

순서대로 한번 생각해보자.


선생님도 시험 치면 백점 맞아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 이런 대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 수업에 대한 평가를 아주 신랄하게 하는 아이들이니 학원에서는 더하다. 초중등까지는 덜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아주 노골 적이다.

다행히 실력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에는 영어 실력을 증명하는 공인 시험이 널렸기 때문이다.


어학원에서 일하는 강사라면 스피킹(speaking) 실력을 점수화할 수 있는 시험을 준비해서 응시하는 게 좋다. 사실 부드럽게 좋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직업적 성취를 원한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원하지 않는 다면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이 글은 직업적 성취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뭐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직업적 성취를 원하는 류라서 그렇다.


Speaking : OPIc, IELTS, TOEFL


특히 OPIc(이하 오픽) 시험은 취준생들도 다 가지고 있는 점수라 어학원 강사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입시강사는 그냥 셀프 브랜딩 목적으로라도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영어 1타 이명학 선생님도 자기는 스피킹 못한다고 밝혔다. 필요 없는 부분에 시간 많이 쓰기보다는 본업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입시강사는 스피킹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어학원 강사에게 스피킹 점수는 본업 아닌가


그리고 사실 아이엘츠와 토플 그리고 오픽 사이에서 고르라면 OPIc 이 가장 저렴하다.(78100원) 프리랜서 계약에 묶인 강사로 대부분 일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낱 직장인이니까. 직무능력 강화를 위한 시험 한 번에 30만 원씩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오픽이면 충분하다.


2년마다 갱신하러 가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그 자리에 멈추는 순간 아마 나이를 먹기 시작하겠지. 코로나로 어디 가기 아주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멈추지 말고 뭔가를 하자.



Reading / Grammar : TOEIC, TEPS


스피킹 보다 오히려 점수 내놓기 힘든 부분은 이 부분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취준생들은 가지고 있는 독기가 현직 강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 아주 중요한데 생각보다 '시험'에서 점수를 내려면 그 부분이 중요하다. 시험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어떤 시험인지 알아보고 문제 유형 모의고사 한 회 정도는 풀어보고 가는 성의가 필요하지만 수업하고 지쳐 쓰러져 잔다. 다음날 오전에 시험장 제시간에 간 것만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성한다. 오후 출근 밤에 퇴근하는 야행성 인간으로 살아온 지 5년째. 오전에 시작하는 시험에 가서 제정신일 리가 없다. 학원강사들에게 9시는 꼭두새벽이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성제로 토익을 이용하길 추천한다. 나는 삶이 좀 나태하다 싶으면 토익을 치러간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갱신을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그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서. 토익시험장에 가본 사람은 알 텐데 그 시험 자체가 워낙 요구하는 데가 많다 보니까 정말 온갖 사람들이 다 있다. 아주 절실해 보이는 사람도 있고 끝나자마자 망했어, 또 치지 뭐 하는 사람까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곳이다.


고등부 영어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의고사 풀이 기계가 되는 경우가 생겨서 본질적인 접근에 대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순간이 온다. 체력적으로는 더더욱 그렇다. 우물 속에 스스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수능 문제 풀이는 자극제가 아니라 기본이다.



강의력에 대한 증명


강의력을 증명할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청자의 반응.

학생들의 리액션 이외에 강의력을 증명할 방법은 단 하나도 없다. 우리는 화자이면서 청자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모의고사 지문처럼 말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집에 가서 좋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고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생부터는 강의가 마음에 안 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원을 옮긴다. 특히나 마무리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모르는 단계기 때문에 몇 년을 같이 공부했더라도 인사 하나 없이 쌩 없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대로 좋은 경우에는 편지, 선물공세, 카톡 등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보인다. 적절한 쇼맨십과 포장 능력으로 이때를 잘 잡아 캐치해야 한다.


강의력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곧 학부모의 인식과 연결된다. 아이가 내 수업에 만족을 하면 학부모는 아이가 잘하고 있구나 믿게 된다.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강사만의 필기나 수업방식도 강의력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같은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필요하고 이 단원은 이 필기를, 저 단원은 저 필기를 이용한다는 고정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게 머릿속에 있어도 좋지만 실체화된다면 더더욱 좋다.


오늘의 글은 최근 수업에만 허덕이는 내가 더 잘해 내기 위해 쓰는 정리 글이다.

나는 직업적 성취를 원하고 수업하는 게 즐겁다. 내 수업을 듣고 몰랐던 게 이해되었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삶의 기쁨을 얻는다. 좀 더 쉽게, 좀 더 여러 번, 좀 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지식 전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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