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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집합 금지 시설이라고요?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15

by 메이쌤


혼란하다 혼란해.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그중 가장 혼란하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지가 벌써 1년. 학원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스티커 하나에 울고 웃고 행복해하는 초등생들은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 할로윈을 기다린다.

하지만 2020년에는 5월 어린이날 파티도, 10월 할로윈 파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도 없었다.

Trick or treat 수줍게 외쳤지만 사탕은 받기만 할 뿐 학원에선 먹을 수가 없었다.


내신 대비로 허덕이는 중학생들을 위해, 두 시간쯤 연강 지속될 쯤이면 초콜릿을 내민다. 열심히 해서 기특해서 주는 간식이라기보다는 머리를 굴리기 위한 연료로 초콜릿을 쥐어준다. 잠깐 낄낄 거리며 친구에게 하나 더 줄까 말까 하는 소소한 장난과 쓰레기는 누가 걷을 거냐며 가위바위보 하는 그 찰나의 순간도 2020년 내신 대비에는 없었다. 학원에서 간식 섭취를 일절 금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학원에 와서 긴 시간 버텨야 하는 고등학생 아이들은 늘 배고프다. 밥을 안 먹고 오는 것도 아닌데 이 시기의 학생들은 늘 배고프다를 입에 달고 산다. 학원이 무슨 식당인 줄 아니? 한 번쯤 꼬집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안쓰럽다. 집까지 갔다 오기는 멀고, 다른 학원을 가기 전 배는 너무 고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2,2.5계 반복을 거듭하는 바람에 지금은 편의점에서 뭐 먹어도 되나?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배고픔을 달랜다.


마스크를 벗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새로 맡게 된 학생은 선생님 얼굴을 모르고, 선생님도 학생의 얼굴을 알게 되는데 한참이 걸린다. 학원에 들어올 때 체온을 재고, 자리를 소독하고, 시간마다 환기를 하고, 손소독제를 뿌리고, 친구들과는 모여 놀지 못하게 한다. 학원은 사회적 기능을 모두 잃은 상태가 되었다.


작년 한 해, 학부모님들도 학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뭔가를 선택해야 했다.


조기 교육 열풍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학업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고, 학교를 안 가니까 이 기회에 개인 선생님을 붙여 선행 진도를 나가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대형학원에서 소수 공부방 형태의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고, 분명히 호불호가 갈리던 비대면 수업에 대한 인상도 많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중 집합 금지 시설에 해당한다.

밀집을 줄이려는 의도로 한 타임에 인원 제한을 둔다고는 하지만 대형학원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소형학원은 적은 수의 강사로 학생들을 쪼개서 시간표를 짜야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은 배로 늘었을 거다.

공부를 시킬 수도, 안 시킬 수도 없다. 혼란한 사회에서 기준을 세우고 앞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이전과 조금 다른 결심을 한다. 올 한해도 열심히 시켜야지! 에서 올 한해는 특히 열심히 시켜야지라고 결심한다. 질병이 돈다고 공부를 멈출 수 없다고 이야기해줘야겠다. 학원이 집합 금지 시설이면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자. 학교를 안가면 그시간에 단어를 좀 더 외워보자.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뭔가를 멈추지 않고 배워가는거니까 말이다. 조금 더 의연하게 수업을 이끌어가자. 아이들이 흔들리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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