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0년에는 5월 어린이날 파티도, 10월 할로윈 파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도 없었다.
Trick or treat 수줍게 외쳤지만 사탕은 받기만 할 뿐 학원에선 먹을 수가 없었다.
내신 대비로 허덕이는 중학생들을 위해, 두 시간쯤 연강 지속될 쯤이면 초콜릿을 내민다. 열심히 해서 기특해서 주는 간식이라기보다는 머리를 굴리기 위한 연료로 초콜릿을 쥐어준다. 잠깐 낄낄 거리며 친구에게 하나 더 줄까 말까 하는 소소한 장난과 쓰레기는 누가 걷을 거냐며 가위바위보 하는 그 찰나의 순간도 2020년 내신 대비에는 없었다. 학원에서 간식 섭취를 일절 금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학원에 와서 긴 시간 버텨야 하는 고등학생 아이들은 늘 배고프다. 밥을 안 먹고 오는 것도 아닌데 이 시기의 학생들은 늘 배고프다를 입에 달고 산다. 학원이 무슨 식당인 줄 아니? 한 번쯤 꼬집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안쓰럽다. 집까지 갔다 오기는 멀고, 다른 학원을 가기 전 배는 너무 고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2,2.5계 반복을 거듭하는 바람에 지금은 편의점에서 뭐 먹어도 되나?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배고픔을 달랜다.
마스크를 벗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새로 맡게 된 학생은 선생님 얼굴을 모르고, 선생님도 학생의 얼굴을 알게 되는데 한참이 걸린다. 학원에 들어올 때 체온을 재고, 자리를 소독하고, 시간마다 환기를 하고, 손소독제를 뿌리고, 친구들과는 모여 놀지 못하게 한다. 학원은 사회적 기능을 모두 잃은 상태가 되었다.
작년 한 해, 학부모님들도 학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뭔가를 선택해야 했다.
조기 교육 열풍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학업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고, 학교를 안 가니까 이 기회에 개인 선생님을 붙여 선행 진도를 나가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대형학원에서 소수 공부방 형태의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고, 분명히 호불호가 갈리던 비대면 수업에 대한 인상도 많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중 집합 금지 시설에 해당한다.
밀집을 줄이려는 의도로 한 타임에 인원 제한을 둔다고는 하지만 대형학원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소형학원은 적은 수의 강사로 학생들을 쪼개서 시간표를 짜야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은 배로 늘었을 거다.
공부를 시킬 수도, 안 시킬 수도 없다. 혼란한 사회에서 기준을 세우고 앞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이전과 조금 다른 결심을 한다. 올 한해도 열심히 시켜야지! 에서 올 한해는 특히 열심히 시켜야지라고 결심한다. 질병이 돈다고 공부를 멈출 수 없다고 이야기해줘야겠다. 학원이 집합 금지 시설이면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자. 학교를 안가면 그시간에 단어를 좀 더 외워보자.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뭔가를 멈추지 않고 배워가는거니까 말이다. 조금 더 의연하게 수업을 이끌어가자. 아이들이 흔들리지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