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by Ryan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친구가 화를 냈다. 나한테 내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열변을 토하다 더 화가 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같이 욕도 해주고 다독여주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하이톤의 짜증 나는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나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화를 내는 건 좋은데 어느 순간 들어주고 답해주는 나에게도 강한 어조의 얘기가 지속되니 나도 슬슬 한계가 왔다.


"내가 잘못한 거냐?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면서 화를 내냐"


나도 참다못해 이렇게 얘기했다. 친구는


"아니~ 너한테 화내는 건 아니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순간 화가 났다. 물론 그런다고 친구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이것 때문에 나와 그 친구가 싸우지는 않는다. 나는 화가 나게 한 사람에게는 말 못 하고 나한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그 친구가 이해가 되고 내 친구는 듣고 있다가 같이 짜증이 났던 나를 이해한다.


정작 화나게 한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텐데... 신경도 안 쓰고 있을 텐데...


가끔 어머니가 짜증 나셨을 때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듣다 보면 그 짜증으로 인해 나도 짜증 날 때가 있다. 후회할 줄 알면서 어머니한테 이렇게 말하게 된다.


"직접 얘기하시지 왜 저한테 짜증을 내세요"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듣는 내 입장도 애매해질 때가 있다. 정작 당사자는 어머니의 짜증을 모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오히려 피해를 준 사람은 그걸 모른다. 행동과 말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모른다. 받는 사람만이 알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받는 사람이 준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다. 피해를 준 당사자에게 말 못 할 경우 편한 사람에게 얘기하게 되고 감정이입이 심해지면 편한 사람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나처럼 반응하게 될 것이다.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해라'는 것처럼 해결책 제시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못하니 나한테 얘기하는 것 아닌가. 알면서도 답답한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을 모를 수 있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얘기를 할 것이다. 누구나 들어주는 자가 되고 피해 주는 자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도 많이 그랬었다. 인지를 못했고 그때는 몰랐다. 오래전 일인데 그때 일들이 생각난다. 그 사람과 인연의 끈이 끊어진 건 아마도 이런 일들이 켜켜이 쌓여 생긴 결과일 것이다.


좀 더 감정에 솔직해져야겠다. 아무리 좋고 오래된 관계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지키는 시작점이 존중과 배려라고 하면 쌓아둘 것을 만들면 안 된다.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며,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봐서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 말 못 할 이유와 물어보지 못할 이유가 여럿이겠지만 그것이 쌓여 자칫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상대적이다. 말하는 자는 어디선가는 듣는 자가 되고 상처를 준 자는 어디선가 받는 자가 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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