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알겠어?"

by Ryan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의 경험으로 느낀 "무슨 말인지 알겠어?"라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본인의 생각을 상대방이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무의식적인 의문형 문장이 그 첫 번째이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강조하기 위한 말이 그 두 번째이다.


내가 아는 분은 위의 문장을 많이 쓰신다. 하나의 문장이 끝나면 "내가 말하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라고 물으신다. 상대방은 수시로 물어보기 때문에 집중해서 듣게 되고 답하게 된다. "네", "그렇지요", "맞습니다" 등 나 또한 잘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 말의 가장 큰 장점이겠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어 가 있고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하기 때문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말이다. 그와 함께 장점이 단점도 된다. 모든 말에 답변을 하기 힘들다. 꼭 답을 듣기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개개인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언어습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익숙하기 전까지 나는 정말 열심히 답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언어습관을 알게 된 후부터는 100% 답변 대신 미소나 끄덕임으로 대체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은 의도를 갖고 하는 말이 아니기에 대화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지인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어? 어?"라고 두 단어를 추가하는 지인이 있다. 이것도 대화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듣는 내 입장에서 약간 뉘앙스가 다를 때가 있다. 가끔 "내 얘기에 동조해줘", "내가 말하는 게 맞는 거지?", "확인해줘!"라고 들릴 때가 있다. 같은 맥락의 말이지만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민감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듣는다. 그럼에도 약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강조의 의미겠지만 왠지 대답을 안 하거나 동조를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직 수양이 부족해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회사 회의 시간. 전년대비 동기간 매출이 떨어져 분위기는 안 좋았다. 당연히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였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나름의 방법을 발표했다. (알만한 사람끼리 하는 얘긴데 매출 증대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은 거의 없다. 획기적인 방법 알면 내가 스타트 업했지... 시간 때우기 식의 회의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매출 증대라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제 품평의 시간으로 입장한다. 나의 의견은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됐다. 그리고 품평의 피날레가 장식된다.


"이건 이런 방법으로 하고 저건 저런 방법으로 하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회의 끝나고 동료한테 들은 얘기다.


"무슨 말 인지 알겠어?"


중간 마무리와 끝맺음은 언제나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였다. 내가 이 말에 트라우마가 있는 건지 조금은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말이다. 부정적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경험이 그랬기 때문에 이렇다고 말하면 안 되지만... 글을 쓰는 순간에는 솔직해야 하니까... 약간의 강압적인 느낌과 함께 우위에 있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쓰는 말이라 생각한다.


이 말 대신


"어떻게 생각해?"


라고 말해주면 듣는 나도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말하는 사람의 의견에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랫사람에게 생각을 묻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도 들을 것이다. 그만큼 해석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가진 말임은 분명하다. 강조의 말임에도 그 강조가 강압적이거나 일방적 의사결정인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또한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말만 들릴 수도 있다.


원래 그런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넘기는 내공을 지니기 전까지는 적어도 내 경험 상 위의 말은 편하지 않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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