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건 산수가 아니야"

by Ryan
"참는 건 산수가 아니야"


회사 생활할 때는 몰랐다. 모든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내 돈 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 회사라는 간판을 뒤에 두고, 회사의 돈으로 내 일을 했다. 내 돈이 아니기에 퀵 비가 무섭지 않았고 택배 발송이 어렵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고 모든 게 내 돈이었다. 그래서 돈 버는 일이 소중했고, 돈을 주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힘든 내

색보다는 열심히 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리고 웃었다. 인간지사 새옹지마에 호사다마라고 했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때로는 미안한 일이 아닌 일에도 미안하다 해야 했고, 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얼마나 그리고 몇 번을 참아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 말이다. 산수처럼 1과 2를 더해 3이 나오는 것처럼 참는 횟수에 정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산수처럼 떨어지는 정답이 없기에 살아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


"내가 이 정도 참으면 될 것이다."라는 경험치 말이다.


예상과 근사치의 값이 나왔을 때는 그냥 지나쳐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원래 나랑 안 맞는 사람이다."
"말을 해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노력하면 뭐하나 나만 손해인 것을."


적정선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이제 모 아니면 도가 된다. 소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 하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 보면 그 사람은 원칙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그저 업무를 나에게 미뤘을 뿐.

무역 업무에서는 정확한 role이 중요하다. 내가 거래하는 방법에 있어 내 역할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편의를 위해 내가 더 많이 움직이는 것, 내가 알아서 움직인 후 보고하고 확인을 받는 일이다. 또 하나는 바이어가 그 업무에 대한 정확한 flow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제다. 일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내가 알아서 진행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에 진행 후 확인 및 보고가 필요하다. 내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든 오더를 이어가고 지속 거래를 위해 더 움직이게 된다. 이제 남는 건 진행이 잘 안될 때 귀책이다. 말 한마디에 내 귀책이 되고 내가 잘못한 것들이 되는 일들이 있다.


"지급으로 진행되는 일인데 왜 아직까지 최종 선적이 되지 않았나요?"


"확인 중에 있습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최종 컨펌이 아직 되지 않아서 진행이 안됐다고 합니다."


"왜 미리 연락 안 주셨나요?"


아직 미흡하고 미숙한 나는,

화는 나지만 화를 낼 수 없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하기 싫고 이건 내 업무가 아니다고 말하고 싶고 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이런 것까지 내가 일일이 다 전화해서 너를 위해 확인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냐 등등... 속사포처럼 얘기하고 싶지만...


"최종 컨펌을 받는다라고 얘기 들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다시 전화해서 일정 확인해 보겠습니다..."


라며 전화를 끊는다.


"왜 이건 내 업무가 아니다. 내가 해주다 보니 모르는 것 같은데 이건 네가 해야 할 일이다. 네가 빨리 움직여야 될 일이었단 말이다!"


이런 말을 못 한 나 자신에게 화를 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상대방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 아니라 난 또 그냥 참고 말았다. 어찌 보면 당연히 얘기해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는 것이다.


자칫


"다른 경쟁 업체는 다 알아서 해주는데 왜 저기만 맨날 문제가 생기지? 이참에 다른 업체로 바꿔야겠다."라는 결정이 내려질까 두려워 참는 것이다. 물론 업무 상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는 건 잘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편의라 생각되는 부분을 남들은 다 하는데 나는 안 한다면? 그런 생각에 참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일 할 수는 없다. 매번 반복되는 시간 낭비도 그렇고 기존 방법대로 진행되는 것이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새로운 물류 이동 방법이라던가 납품 방법이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O번까지 참고 그다음에 얘기하면 돼"라는 정답지를 보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어린아이 투정 같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욱 힘들다. 답답함의 이유와 투정 같은 이유를 알고 있으니, 지레짐작, 혹시라는 불안함이 투정과 답답함을 이기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업자들이 이렇게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개인 사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과 참는 숫자에 대한 답안지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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