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네 잘못이야"

by Ryan
"그건 네 잘못이야"


의류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보직이 바뀌었다. 의류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생산관리였다.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부자재를 확인하고 봉제처의 생산 스케줄을 정리하며 또한 오더 배분까지 하는 업무였다. 품질과 납기 관리를 위해 옷을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협력사 관리도 중요 업무였다. 원부자재 입고 순서에 따른 작업 순서, 그리고 가공임 책정에 이르기까지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누구보다 잘 해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했다.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일하던 즈음, 협력사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오전 이른 시간 평온하게 전화를 받았던 나에게 사장님은


"들어오기로 한 원단이 안 들어왔는데 무슨 납기 체크야!


"사장님 출고가 지연돼서 하루 밀리게 된 건 죄송합니다. 계속 확인했지만 안 들어간 걸 어떡하겠습니까?"


"담당이면 그 전에 확인하고 처리했었어야지! 오늘 하루 공장 쉬게 생겼잖아!"


"하루를 낭비해서 손해 보는 금액이 얼마인지 알아? 당신한테는 하루 지연된 것뿐이겠지만 나한테는 커다란 손실이 생긴 거라고!!"



아침부터 큰소리에 쓴소리까지 들으니 정신이 멍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왜 나한테 화를 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들어가기로 한 자재가 안 들어갔어?"


"네. 출고 전에 문제가 생겨 하루 지연됐습니다."


"미리 확인은 했었고? 네가 놓친 부분은 없었어?"


"확인은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제 날짜에 자재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아침부터 한소리 들어서 기분 나쁘지? 그리고 너 잘못이 아닌데 큰소리 들으니 황당한 마음도 들지?"


"네. 솔직히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과장님."


" 그 공장의 주인은 사장님이지만 지금 그 공장에 들어가 있는 오더는 네가 담당하는 오더지? 네가 담당하는 오더라면 그때부터 그 공장은 너의 공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해. 네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이고 직원들에게 월급 주는 책임자라는 생각으로 일하지 않으면 남의 일이 되는 거야. 소유를 하고 있다고 해서 주인이 아니라 운영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사람도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모든 일에 책임감이 생겨.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과 그렇게 있는 그대로 전달만 한 건 네 잘못이야"


그랬다.


난 인정받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나에게만 집중하고 나와 연계된 다른 일은 보지 못했다. 내가 관리하는 아이템이 들어가 있는 공장이라고만 생각했지 내 공장이라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일 이후로 좀 더 넓은 시야로 업무를 보게 됐다.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탓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니 소속감이 생기고 유대감은 깊어졌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사장님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일할 수는 없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협업하고 때로는 책임을 분배하기도 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일을 한다면 순서가 보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보일 것이다. 그때의 "나의 잘못"은 좀 더 성숙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해준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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