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용어"

"번거로우시겠지만"

by Ryan



"번거로우시겠지만" , "어려우시겠지만" , "가능하시다면"


대학 졸업 후 처음 들어간 회사는 서비스업을 기본으로 하는 회사였다. 동기생들과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처음으로 전문 서비스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내 성격과 말투, 그리고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강의였다. 그중에 듣자마자 몸에 배어버린 말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쿠션 용어"라고 부르는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말들이었다.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에게 필수요소는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마음가짐의 표현은 행동, 제스처 그리고 말로 분류할 수 있다. 행동과 제스처는 교육을 통해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말도 매뉴얼이 있지만 그것은 단답형 문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배워 온 말은 환경과 경험에 의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나오는 언어와 말투가 다르다. 그렇기에 때로는 충돌이 일어날 수도,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대화의 완충 작용제로 "쿠션 용어"가 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어려우시겠지만", "가능하시다면" 등의 언어는 모두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답은 같지만 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의 차이를 만들어 주는 "쿠션 용어"들이다. 서비스 접점에서의 대화에는 보기보다 "쿠션 용어"의 힘이 매우 크다. 자칫 큰 소요로 번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최고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일을 할 때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던 일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발생했을 때 위의 말들은 짧은 호흡을 더 할 수 있게 여유를 만들어 주었고 그 여유는 "어이"를 "이해"로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언어와 말투가 다르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두 번째 회사로 전공과 관련된 패션회사에 입사했다. 일반 회사여서 그런지 소위 말하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의 용어는 쓸 필요는 없었다. 대신 크게 보면 협력사 직원들인 "외부고객"과 회사 내 직급과 직책이 존재하는 "내부 고객"이 있었다. 신입 사원인지라 모두가 어려웠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을 해야 하던 시기라 많은 것이 힘들었다. 사뭇 다른 전 회사와의 분위기, 그리고 업무, 무엇보다 회사 조직문화가 다르기에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직 문화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나만의 "쿠션 용어"는 빠른 적응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중요한 요소였다.

패션업은 사무 전산화를 아무리 잘 구축해도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해야 하는 민감한 요소들이 있다. 색상과 봉제이다. 색상과 봉제는 눈으로 보는 것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여서 직접 확인을 한다. 직접 확인은 곧 물리적인 이동까지 포함한 시간 요소가 포함된다. 작은 차이지만 이때 "쿠션 용어" 한마디가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힘드시겠지만",
"가능하시다면"

한번 더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죄송하지만", OO시 까지는 꼭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든 순간 배운 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쿠션 용어"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연락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매번 감사함과 동시에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매 순간 직장생활을 잘한 것은 아니었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이는 환경이 바뀌면 관계도 바뀐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쿠션 용어"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한다면 환경이 바뀌고 관계가 바뀌어도 좋은 이미지는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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