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는 왠만하면 가지 마시라.
작은 나라지만 그곳은 머나먼 곳, 차라도 막히면 이역만리가 되는 곳,
가진 것, 두고 온 것이 아까워 다시 돌아갈 생각이면,
처음부터 가지 마시라.
남도에 가더라도 되도록 나주에는 가지 마시라.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다지만,
금성관 곰탕과 영산포 홍어, 왕곡면 육회 한 접시에
당신의 미각은 그냥 거기 주저앉을 것이다
날름대며 속삭이는 간사한 혓바닥의 황홀경은 잠깐,
남은 평생,
악어처럼 먹이를 한 번 씹고 꿀꺽 삼켜 배나 채울 생각이 아니라면,
나주에는 가지 마시라
가더라도 물 한잔 없이, 먼 길이지만 그저 굶고 오시라
나주에 어쩔 수 없이 가더라도
덕룡산 불회사는 제발 피해 가시라
부처님 앞에서 세상사 번민으로 가득찬 당신은 눈을 질끈 감을 수 있더라도,
동백나무, 비자나무 숲을 지날 때,
당신은 눈을 번쩍 뜨게 될 것이다. 영영 그 숲에 남고 싶을 것이다
작은 돌을 주워 탑을 쌓으며 하늘에 닿고 싶을 것이다
속세에서 쌓아 온 공든 탑을 마저 다 쌓고싶다면,
불회사는 제발 피해가시라
가까운 운흥사나 운주사 쯤으로
구름 따라 가시라
다시는 오지 마시라
불회사에 가더라도 절대로 달 밝은 밤에는 가지마시라
돌장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시라
그 곳은 호랑이가 지키는 곳,
그 때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피어나는 때,
돌장승을 감싸는 호랑이의 기운이 달빛에 쫓겨 저만큼 물러나면,
선비와 여승이 신랑각시로 만나
뜨겁게 사랑을 나누나니,
당신이 거쳐온 모든 사랑이 초라해지고, 시들해지고, 가망 없어 보이고
장차의 어떤 사랑도 꿈꾸지 않을까 근심하게 될 것이니,
휘영청 달 뜬 덕룡산에는 절대로 가지 마시라
어설픈 사랑에 눈물 흘리지 않으려거든
제발 불회사 돌장승 근처에는 가지 마시라
남쪽으로는
아예 눈길도 주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