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들은 노래와 추천하고 싶은 노래: ISFJ A
음악이 주는 가장 강렬한 감정은 무엇일까요?
그 우선순위를 정하기엔 음악이 담고 있는 감정들이 너무 많긴 합니다.
음악은 항상 그런 경험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비롯하여 수많은 마음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죠.
저는 비슷한 결에서 옛날 노래를 들으면
살아보지도 않은 세상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노래가 있나요?
어느 날 찾아오는 사랑 같은 노래가 담긴, ISFJ A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나보세요.
가장 많이 들은 노래
누군가 내게 음악적 취향을 물으면 그렇게 난감할 수 없다. 20대 초반까진 K-아이돌, 20대 중반에는 R&B와 발라드, 20대 후반 무렵에는 시티팝으로 내 플레이리스트는 장르를 막론하고 시기에 따라 변해왔다.
최근 내 플리는 신승훈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그중 가장 자주 듣는 건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너무나 유명한 곡이기에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곡이 내 마음에 닿게 된 건 몇 달 전 방문한 LP 바에서 들은 순간부터였다. 수많은 LP들 속에서 듣고 싶은 한 가지를 정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20분 정도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다 익숙한 이름에 시선을 멈췄고, LP 커버 속 젊은 신승훈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져 호기심이 생겼다. 자리에 가져와 턴테이블에 LP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자 헤드셋으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어떠한 음악이 내 마음에 닿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면 늘 공통된 순간이 있다. 주위의 소음과 시각적 자극이 느껴지지 않고 내가 노래 속 장면에 들어간 느낌. 나는 이 곡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그 감정을 느꼈다. ‘이게 이렇게 좋은 곡이었던가?’, ‘신승훈 아저씨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던가?’. 현실의 나는 울고 웃을 만큼 선명한 ‘그대’를 떠올릴 수 없지만, 이 노래를 듣는 순간에는 그대의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기이한 경험이었다. 갑자기 울컥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촉촉해지는 눈가를 숨기느라 애썼다. 목소리 하나로 시공간이 바뀌는 느낌, 음악이 주는 가장 강한 도파민을 느꼈던 것 같다.
추천곡
이 노래는 작년 이맘때쯤 유튜브 쇼츠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환생!’이라는 제목에 눌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정말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목에 버터를 바른 듯한 중후한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노래를 듣고 그가 02년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더 놀랄 거다.) 올드팝을 리메이크한 것 같지만 사실은 24년도에 발매된 나름 최신곡이란 점도 놀라운 포인트이다. 음색과 멜로디만 들으면 사랑에 능숙한 사람이 부른 듯 중후한데, 정작 앳된 외모와 가사를 보면 첫사랑에 설레는 청년의 두근거림과 대담함이 느껴져 더 매력적이다. 마치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니까’가 주던 풋풋한 느낌처럼. 누군가는 그를 ‘미국의 임영웅’이라고 평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다.
음식에도 제철이 있듯이 음악에도 제철이 있다. 이 음악의 제철은 바로 지금처럼 쌀쌀해진 때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기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작년 겨울, 눈 오는 날 이 노래를 들으며 걸었던 적이 있다. 특별할 것 없던 평범한 날이었지만 그때 느낀 설렘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올겨울에도 자연스레 이 노래를 찾게 됐다. 모두가 제철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겨울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곡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