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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불러주는 이름말고, 불리고픈 이름으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2016)

불러주는 이름말고, 불리고픈 이름으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


서로에게 눈부신 친구였던 나폴리 4부작 1권의 이야기에 이어 2권을 손에 잡았다. 유년기와 사춘기를 지난 릴라와 레누는 서로 등을 마주대고 출발해 이 끝과 저 끝으로 도착할 거 같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된 릴라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가게 된 레누의 이야기가 2권에 담겼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1권에 비해 2권에서 등장인물의 소개가 친절해졌다. 그만큼 저자와 독자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졌다는 말이겠지. 등장인물이 꽤 많아서 이야기를 읽다가 다시 앞 쪽의 등장인물로 돌아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름대로 캐릭터를 규정해 보고 누구랑 누가 연인 관계인지 연결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책 제목이 두꺼운 책의 이야기를 너무도 잘 함축하고 있어 놀랐다. 1권의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는 ‘눈부신 친구’가 분명히 릴라일 거라 여겼는데 릴라가 레누를 향한 찬사였다는 반전이 있었다.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는 릴라가 결혼을 하면서 ‘카라치 부인’으로 불리고 ‘스칸노 부인’ 또는 ‘체룰로 부인’으로 불리기까지 아니, 다시 릴라로 돌아오게 되기까지 과정이 그려져 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모든 것이 규정되지 않을까. 남이 불러주는 이름대로 살지 않고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대로 살고자 몸부림치는 이야기가 이 속에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제목이 똑 떨어질 만큼 잘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


1권과 2권을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으니 바로 ‘폭력과 페미니즘’이다. 나폴리 그 가난하고 작은 마을에서는 날마다 폭력이 행해졌다. 그 폭력이 특히 여자에게 가해진 것이라 더욱 예민해졌다. 레누가 결혼한 릴라의 생활이 궁금해서 시누이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릴라는 배우고 있는 중이야.”였다.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부모님과 남자친구나 남편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우리의 뺨을 때릴 수 있다고 배우면서 자라왔다.”(68쪽) 어릴 적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릴라는 결혼과 함께 그 가해자가 남편으로 바뀌었다. 못됐다고 평가받았던 릴라가 1권에서 2권까지 유독 어떤 장면에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할 때가 있었다. 바로 미친 여자 멜리나를 바라볼 때였다. 아마도 멜리나가 그 시대 여성을 대표하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은 결코 맑고 깨끗하고 단정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 않다.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강한 체증을 느끼게 된다. 어디쯤에서 뻥 뚫릴 수 있을까 싶어 속도를 내며 읽게 된다. 막 빠져들게 된다. 그럴 만한 자극적인 요소도 많다. 결국 마지막 장까지 도달했지만 개운치 못했다. 아마도 4권을 끝까지 읽는다손 치더라도 그 개운함, 맛보지 못할 수 있겠다. 책을 덮으며 맨 뒷장에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릴라와 레누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끌림이 있다. 막장 드라마처럼 불편하고 엉켜있어 마주하기 힘든 이 모든 이야기들 앞에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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