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 한 달
출간 한 달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책을 요구르트에 비유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간에 책의 생명력이 요구르트만큼이나 짧기 때문입니다.
출간 한 달이 되자 평대에 누워있던 제 책들도 서가로 옮겨가는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의도 IFC 영풍 문고점에서는 소설 장르 - 월간 베스트에 올랐습니다. 서점의 크기가 크고 진열 공간이 넓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활동하는 지역이 여의도라 알게 모르게 여의도 지인들이 책을 좀 사주신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월간 베스트에 오르면 한 달 동안은 이 곳에 머무를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 독자들 눈에 밟히는 곳에 책이 놓인다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출간 한 달이 되자 서평들도 조금씩 올라옵니다. 요즘에는 서평 보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쓴 소설 <작가님? 작가님!>을 읽으신 누군가는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난다고 해주셨고, 누군가는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생각난다고 해주셨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말>이 떠오른다고 해주셨어요.
제 책을 보면서 떠오른다는 책들을 찾아보는 요즘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다보니 성공의 척도가 달라집니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욕심의 크기가 커진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처음에는 원고만 완성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가, 완성 원고를 출판사에서 채택해 주어야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조금이라도 독자에게 더 가닿길 바랍니다.
월간 베스트에 오른 책이 표지의 날개처럼 날개짓하여 좀 더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책을 내니 저를 가리켜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생겨납니다. 여전히 '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합니다. 출간 후에도 '작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쑥스럽고 부끄러워요. 어떤 글쓰기 카페에서는 회원들 서로가 서로를 '천재 작가'라고 부르는데, 누군가에게는 '작가'라는 단어가 참 쉽게 쓰이는 것도 같습니다.
제가 쓴 <작가님? 작가님!>은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스스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날까지 꾸준히 글 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책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고맙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분의 서평을 허락받고 공유합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sweetwater5110 님의 <작가님? 작가님!> 서평입니다.
작가님? 이경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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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책을 읽기 시작한 지는 한참되었는데 연말 살인적 스케쥴 때문에 오늘 아침에야 마지막 320페이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속지의 색깔마냥 샛노란 환희를 맛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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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달아 공유해 달라는 간절한 그러나 애교스러운 요청앞에 겸손한 전제를 달아놓으셨더군요. '즐겁게 읽으셨다면~' 저는 그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이기에 제 나름의 부끄러운 책 감상이나마 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어떻게 즐겁게 읽으셨나요? 수줍게 물어보실것 같은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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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작가님의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경험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즐거웠어요.
저도 음악을 좋아하는데요. 음악전문가이신 작가님이 좋아하시고 권해주시는 음악이 나올 때마다 자주 책을 멈추곤 음악에 빠지곤 했답니다. 책은 뒷전에 두고 ㅎㅎㅎ (좌절하고 계신 거 아니죠?)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음악가와 음악이 저의 취향과 일치할 때는 더 반가웠어요.
마치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함께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해서 작가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네요. 책을 마친 오늘은 한때 매일 들었던 카를라 브루니의 읊조리는 듯한 노래와 휘파람에 다시 빠져봐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작가님 때문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음악에세이가 꼭 출간되면 좋겠어요. 힘내시고 계속 투고하셔서 마침내 출간하시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여기 바보 한 명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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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한국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외국작가들 중심으로 읽어서 사실 최근 국내 작가분들은 잘 모르는데 작가님 책을 통해 국내 작가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제 문체가 다소 번역체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분들의 글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통찰과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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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책 표지에 이경 소설이라고 써 놓으셨잖아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이게 소설이야? 에세이 아니야?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배은영 작가님이라고 이름을 살짝 바꾸셨지만 소개된 책이나 기타의 정보를 통해 그분이 배지영 작가님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요. 또 출판사에 투고하는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방식이 제가 생각하는 소설의 프레임이나 형식과 자못 달랐기 때문에 줄곧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 같아요. 그러나 11월 28일자 편지에서 소설의 소재로 영 아닌 소재는 없다는 헤밍웨이의 인용을 읽으면서 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 영감을 받은 얘기를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네요. 한가지 완전히 논픽션인가? 하는 궁금증이 남는데요. 답변 곤란하시면 안 해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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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로서 가장 궁금한 점은 글에 대한 것들이겠죠? 쉬운 글로 쓰여서 좋았어요. 저는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지나치게 감성을 짜내거나 그런 글들은 진심이 잘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글을 위한 글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작가님 글은 감정들을 그대로 드러내서 글을 통해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진솔함이 좋았어요. 그리고 매 꼭지마다 마무리를 재치있게 잘 하시더라구요. 저는 글을 쓸 때 항상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던데 센스있게 임팩트있게 잘하신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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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 잘 관찰하고 느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작가님의 감성은 정말 짱!이신듯, 잘 관찰하고 들여다보고 거기에 나의 생각을 입히고 하는 모습이 글 속에 알알이 박혀 있어서 독자의 공감을 잘 이끌어내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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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투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글쓰기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저도 곧 책이 나오지만 작가님에 비하면 저는 그냥 떨어지는 감을 받아 먹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춘문예에도 도전하시구 작가등단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분명 작가로 거듭나실거라 확신이 듭니다. ⠀
제 어줍잖은 후기가 작가님 책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알게된 분의 책을 읽고 감상을 쓰기는 처음이라 쑥쓰러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 기분 좋네요.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이경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