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무한도전] 조정 특집이었지. 무한도전 팀이 힘겹게 레이스를 마치고 골인 지점에 들어가자, 정형돈이 "내가 봤어. 진짜 잘했어." 하면서 눈물 흘리던.
좋아하는 장면이다.
내가 봤다는 것은 무언가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거고, 그게 노력의 결실이었다는 점에서 퍽이나 감동스러웠다.
어제는 서점에 들렀다. 얼마 전 보았던 조금산 작가의 만화 <시동>이 재밌어서 2권을 사러 간 것이다. <시동> 2권을 들고선 내 책은 잘 있나 확인하러 소설 신간 매대로 갔는데, 한 남성이 내가 쓴 책 <작가님? 작가님!>을 펼쳐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그 남성 옆에 붙어 염력을 불어넣었다.
"사라. 사. 제발. 사세요. 재밌을 거예요. 다시 매대에 놓지 말고 그대로 계산대로 가세요. 제발."
염력이 통했던 걸까. 그 남성은 내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 모습이 그렇게 쿨해 보일 수가 없다. 나는 그 남성 뒤에 붙어, 내 책이 계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내가 쓴 <작가님? 작가님!>과 그림책 하나와 종이봉투까지 33,100원의 결제 금액.
나는 그 남성에 이어 <시동> 2권을 결제하고선 멀어져 가는 그 남성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선 그 남성에게 다가가 "아이쿠 독자님. 이 책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제가 이 책을 쓴 사람입니다.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내 책을 사간 사람이 부디 완독 하기를. 완독 후에는 악플이 아닌 호평을 해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다 본 책은 중고서점에 넘기지 않고 책장에 두고서 언젠가 생각나면 다시 한번 열어볼 수 있길 바랐다.
출간 40여 일.
그러니까 나는 서점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 책을 들고서 사가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무한도전 속 정형돈이 되어 말하고 싶었다.
"내가 봤어. 내 책을 사 갔어."
책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내가. 봤다.
나는 조금 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