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가가 하는 일

by 이경
열린책들 <편집가가 하는 일>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아직 완독은 못했고 3/4 정도 읽었는데 재밌습니다. 책 표지에 이 책의 타겟 독자들이 쓰였습니다. 편집자, 편집자 지망생, 편집자 주변인. 그리고 편집자의 머릿속이 궁금한 작가.


저야 물론 마지막,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에선 띄어쓰기하지 않은 모든 문장에 형광펜을 칠하고 살아남은 단어들로 책 제목을 알립니다. 살아남은 단어, <편집가가 하는 일>. 표지도 되게 잘 나온 거 같아요.


책은 한 사람의 편집자가 아닌, 여러 편집자의 글로 이루어졌습니다. 원고의 입수부터 편집, 발행까지. 출판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책 날개에는 원제에 쓰인 단어 editor를 흔히 쓰는 '편집자'가 아닌 '편집가'로 쓴 이유와 함께 제안까지 합니다. 이런 제안이 먹힐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미 편집자라는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서 책에서 '편집가'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흠칫하기도 했거든요.


트위터를 보면 출판사 대나무숲 계정만 두 가지가 있는데, 단어보다는 업무환경 개선 같은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실제로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편집가/편집자 단어 중 어떤 단어를 선호하는지는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글을 쓰는 사람들도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자'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도 있고. 저는 저 스스로를 칭할 때 '글쟁이'라는 단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가장 재밌었던 꼭지는 베치 러너라는 사람이 쓴 '도대체 사랑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편집자와 저자의 관계'라는 꼭지였어요.


한 모임에서 "내 글은 왜 책이 될 수 없느냐"는 작가 지망생의 한탄으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작가나 작가 지망생의 한심함(?) 같은 게 잘 드러나는 글이랄까요. 저는 이런 내용의 글을 볼 때면, 아아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반면교사 삼기도 하는데요. 이런 작가의 한심함이 잘 묘사된 책으로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도 있겠군요.


암튼 이 꼭지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작가들은 태연히도 편집가에서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지금 저 말고 누구의 원고를 보고 계십니까?" 이 질문의 속뜻은 "누구의 글솜씨가 최고입니까?"라고.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빌어먹을 안도감 같은 게 들었달까요. 아아, 글 쓴다는 사람들 다 마찬가지구나, 나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구나.


편집자가 하나의 원고만 보는 게 아니다 보니 저도 가끔은 담당 편집자 분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지금 저 말고 어떤 분의 원고를 보고 계시나요?

근데 출판사에서 고전 문학도 출간하다 보니, 들려오는 답이 가령, 예를 들어 나쓰메 소세키나 버지니아 울프 막 이래요.


그러면 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버지니아 울프 보다 제 글이 더 재밌지 않습니까? 이렇게는 얘기 못하고 그저 샷다마우스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 책은 서론에서부터 가슴 울리는 문장이 나옵니다.

편집자의 역할을 나열하면서 "편집가는 작가의 영혼을 어루만져야 한다." 뭐, 이런 문장입니다.

저는 편집자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동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것들이 한두 가지씩은 있겠으나, 글을 쓰는 사람에겐 분명 편집자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저는 그랬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복된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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