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퇴고의 시간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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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의 책을 계약하는 과정은 모두 투고로 이루어졌다. 이미 글을 다 써놓고 계약을 했다는 얘기. 보통의 출판사라면 1년 간의 출간 일정이 모두 정해져 있을 테니, 투고 원고가 바로 책이 될 수는 없다. 2019년 7월에 계약했던 첫 원고는 같은 해 11월에 출간이 되었고, 2020년 2월에 계약했던 두 번째 원고는 7월이 되어서야 출간되었다.


세 번째 원고는 올 6월에 출판 계약을 맺었다. 출간 예정은 내년 초. 출판사와의 미팅 자리에서 담당 편집자 님은 내년 1월 정도에 출간하고 싶다며, "1월은 출판사에서 미는 달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편집자님이 내 원고를 밀어주시려고 그러나, 왜 나를 밀어주시려고 그러시지,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그저 기존 원고에 밀려 자연스레 늦어지게 되었고, 그게 우연히 내년 1월 정도로 잡힌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항상 '자만'이라는 단어를 경계하려고 하니까.

뭐, 출판사에서 책을 밀어주신다면, 그때는 한없이 밀리면 좋기야 하겠지마는.


두 번째 책이 나온 지 이제 열흘 정도 되었다. 반응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지금껏 책을 읽어주신 분들은 보통은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주었지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대부분이니까. 나를 모르던 일반 독자들의 리뷰가 올라온다면 정확히 책의 반응을 알 수 있겠지. 책의 반응이 어떠한지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니까 그저 묵묵히 기다려볼 뿐이다.


세 번째 원고는 11월 정도에 편집 작업이 시작될 것 같다. 두 달 정도의 편집 시간을 거치고 출판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내년 1월에는 세 번째 책이 나올 수 있겠지. 8, 9, 10월. 내겐 석 달간 원고를 볼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다시 퇴고의 시간이다.


이미 글은 다 써두었으니 글을 매만지고 다듬기만 하면 될 일. 세 번째 원고는 글쓰기 관련 에세이고 서른 꼭지가 조금 넘는다. 90여 일 중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원고를 볼 수 있는 날은 60여 일 정도. 글 한 꼭지를 이틀 동안 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다.


김연수 작가는 퇴고를 '토고'라고 부른다고 했나. 토할 때까지 원고를 고친다고. 나는 토할 때까지 원고를 보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은는이가' 조사 중에 어떤 단어가 가장 어울릴지, 독자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듯한 그런 문제들을 껴안아가며 머리가 좀 아파오겠지.


다시, 퇴고의 시간. 또다시 맞춤법 검사기를 열어서 내가 쓴 문장들을 집어넣고서는 비문을 고치고, 새로운 단어들을 살펴봐야 할 시간. 천천히,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글을 고쳐나가고 싶다. 머리가 아프지만 이건, 아 그래도 내가 글을 쓰고 있구나, 책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전해주는 일이니까.


이달부터는 다시 원고로 돌아갈 시간이다. 글을 고친다. 이틀에 한 꼭지를 보든, 한 꼭지를 이틀에 걸쳐서 보든,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고친다. 그 사이 두 번째 책이 좀 잘 팔리면, 조금은 더 힘이 날 것 같다. 혹은 네 번째 책 계약을 맺는 일도 멋질 거 같고.





작작표지.jpg 첫 번째 책


골프표1.jpg 두 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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