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담

투고로 책을 냈습니다만

by 이경



9월 말까지 세 번째 책 원고 퇴고하고 출판사에 보내야 하는데, 저는 확실히 원고를 다듬는 시간보다는 새 글을 쓰는 시간이 즐거웁다 할 수 있겠습니다. 원고를 다듬어야 할 시간에 이런저런 잡글을 쓴다거나 새로 나온 책을 홍보하는데 쓰는 시간이 많고, 원고 다듬는 거 그거야 뭐 내일의 내가 하지 않겠는가 싶어서 뒹굴뒹굴 구르고 있습니다. 봄날의 곰처럼 구르고 구르다 보면 언젠가 원고는 다듬어지지 않겠는가 싶은 거죠. 방망이 깎는 노인으로 빙의해서 원고 깎고 매만지고 다듬고 해야 하는데, 새로운 글을 쓰는 시간에 비하면 이미 써놓은 글을 다시 보고 정리하는 시간은 확실히 좀 지친달까요, 뭐 그렇습니다.


저는 소설 하나, 에세이 하나를 출판사 투고로 내고, 내년 초에 나올 에세이 하나도 역시 투고로다가 계약했습죠. 네네. 잘 나가는 작가 선생님들이야 출판사 여기저기에서 글 좀 보내주십셔, 하고 청탁을 받는다고 하나, 저도 뭐 청탁 비슷한 걸 받아본 적이 있기야 있습니다만, 그래도 책을 목표로 쓴 글은 모조리다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 할 수 있겠습니다. 똑똑, 거기 계십니까, 여기 작가 지망생 원고가 있으니 받아주십셔, 하면 받아주는 곳도 있고, 아, 글쎄 우리는 투고 원고 안 받는다니까요 하며 잡상인 취급하는 곳도 있고, 메일은 분명 보았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는 곳도 있고 뭐 암튼 출판사 반응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책 세 권을 다 투고로 내다보니, 이 정도면 투고 전문가라고 하기엔 뭣해도 그래도 경험이 좀 쌓인 게 아닐까 싶어서, 이런저런 글쓰기 관련 커뮤니티에다가 헤헤헤 게시판 이용자 여러분 제가 책 세 권을 투고로다가 계약했습니다, 엣헴, 하고 나면 게시판 이용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 구라 치지 마라, 투고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이쿠 장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축하합니다, 하는 반응도 있고, 에? 투고 그거 확률 존나 낮은 거 아닌가요? 어떻게 하셨습니까? 묻는 분도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확률이 높은 것 같지는 않고 말이죠, 편집자 10년 넘게 하면서 투고로다가 책 낸 경험이 한번밖에 없다는 사람도 보았고, 한 번도 없다는 사람도 보았고, 뭐 암튼 간에 투고로 책을 내는 것은 그것도 자비출판이나 반기획출판이 아닌 순도 일백프로 기획출판으로다 책을 내는 것은 만만치 않구나 싶습니다.


책을 내고 이런저런 언론사에서 신간 소개로다가 뉴스가 나갔는데 거기에 딸린 댓글 하나가 99프로 자비출판 어쩌고 저쩌고 해서, 아니 무슨 책도 안 읽어주고 자비출판으로 매도할 수 있는가 싶어서 마음 한켠이 쓰라리지만, 댓글로 내가 옳네, 네가 옳네 쌈박질할 마음은 들지도 않거니와 남들이 자비출판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나는 기획출판이지롱, 하는 마음에 댓글로 싸우고 할바에야 그냥 이런 만담 섞인 글이나 써서 스트레스나 푸는 쪽이 더 좋겠다 싶은 것입니다.


가끔 아, 나도 투고 그거 해서 책 한번 내보고 싶은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오는데, 뭐 실용서나 자기개발이든 자기계발이든 암튼 그쪽이나, 인문, 역사서 등등을 제외하고 에세이나 소설로 투고해서 책을 한번 내보아야겠다 하는 분들은 제가 쓴 책을 참고하셔도 좋겠다 싶습니다. 소설의 제목은 <작가님? 작가님!>이고, 에세이의 제목은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인데, 두 책 모두 저는 출판사 투고로다가 내었으니, 읽어보시고 아 투고로 책을 내려면 이 정도면 되는구나, 그러니까 투고로 책을 내는데 이 정도가 마지노선이구나, 이거보다 못쓰면 가망성이 없겠고, 아 내가 이거보다는 잘 쓸 자신이 있지, 아무렴, 하시는 분들은 역시나 참고하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한 편집자 왈 투고가 책으로 되기 어려운 까닭으로는 출판사의 결재 시스템이 투고 원고를 최초로 보는 말단 편집자부터 위의 편집자, 또 그 위의 편집장, 또 그위의 대표까지 결재를 주르르륵 받아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투고 그거 진짜 어렵다 하는 사람도 보아왔으나, 제가 투고를 많이 해본 결론은 아, 이게 출판사도 그 결재 라인이라는 게 출판사마다 다들 달라서, 대표가 직접 원고를 검토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대표의 결재 필요 없이 원고를 검토한 담당 편집자 선에서 계약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으니, 투고할 때는 쫄지 말고 이곳저곳 여기저기 투고를 해보면, 잘 쓴 글이라면 분명 출판사에서도 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저는 단편소설 분량의 원고 하나를 청탁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그러니까 공저 책의 원고였습니다만, 기획 초기 단계였고, 원고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는 아, 이거 계약하면 분명 마감일의 압박이 있을 텐데, 나는 쫄보라서 마감일의 압박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이럴 바에야 원고 계약하기 전에 미리 글을 써버리자 하여, 단편 소설 분량의 글을 이틀 만에 써서 청탁 의뢰한 편집자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 출판 기획이라는 것이 잡았다가 엎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며, 저에게 원고를 의뢰했던 편집자는 그만 출판업계를 떠나고 말았으니 저에게는 실리지 못할 단편 분량의 원고가 생겨났고, 아 원고 이거 아까우니 다음 책에 써먹어보자, 하여 세 번째 책의 한 꼭지로 실어서 투고하고 했는데요. 그러니까 저는 웬만해서는 출판사 청탁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다 써놓고 출판사의... 에, 제가 이런 글을 써놓은 게 있는데 어째, 출간해주실 마음이 있으십니까? 하고 묻는 투고의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한 편집자가, 우리는 자네의 글빨을 믿습니다. 일단 계약부터 하고 글을 써주십쇼, 한다면, 뭐 저도 인간인지라 그때 가서는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마감일의 압박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 계약 전에 원고를 다 써버리는 심약한 인간이라 뭐 모르겠습니다. 인생. 내일 일도 몰라서 오늘을 허덕이며 사는데 앞으로의 일을 미천한 인간인 제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저는 책 세 권을 모조리 투고로 내어서, 아 그러니까 이거는 영업하는 글입니다. 만담은 무슨 만담, 그냥 손가락 가는 대로 키보드 두드리고 '만담'이라고 이름 붙이면 사람들이, 아 이것은 만담인가 보다, 하고 봐주길 바라는 그런 얍삽한 마음에서 써보는 글일 뿐.


쨌거나 소설 <작가님? 작가님!>,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모두 출판사 문을 두드려서 나온 책이라는 점,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아주 조금은 자부심이 있다, 아 낮은 가능성을 뚫고서 책을 내었구나 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 알아주시고, 역시나 앞으로 나도 출판사 투고해서 책을 내보고 싶은데, 하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참고 삼아서 한 번 읽어주십사 하는 뭐 그런 마음입니다.


이리 팔리든, 저리 팔리든, 저야 뭐 책을 팔아야 하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만 퇴근합니다 그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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