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담배를 물었다.

by 이경



오랜만에 담배를 폈다. 담배를 피우면서, 아아 시부랄 금연을 5개월이나 했는데, 또또 담배를 입에 물었구나, 말짱 도루묵이구나, 나의 의지력이란 고작 이것뿐이로구나, 아아 그간 참아왔던 것이 아깝다 아까워, 했는데 꿈이었다. 꿈이 어찌나 생생했는지 5개월 만에 담배를 태웠다고 생각하니 꿈속에서도 안타까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캬하.


내 글쓰기의 힘은 니코틴과 타르에서 온다고 믿은 적도 있는데, 담배를 끊고도 SNS에 주접을 떨며 잘도 떠드는 걸 보니, 담배를 끊어도 뭐 글을 쓰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겠다, 싶다. 다행이다.


그래도 가끔씩 담배 생각은 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담배 연기는, 리퀘스트가 되는 어두운 조명의 BAR에서 신청한 음악을 들으며, 천장을 바라보며 내뿜는 담배 연기다. 그때의 담배 연기는 조명을 따라 내 머리 위에서 흩어지는데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마저도 무척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는 술도 안 마시고, 단골이라 부를 만한 BAR도 없는 그저 사십 대의 한남 국밥충,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오덕씹덕의 아재인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점심도 콩나물 국밥이었다.


지난 3월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을 내고 출판사 편집자님, 마케터님과 책을 홍보하기 위해 팟캐스트 방송 촬영차 함께 움직였을 때, 편집자님은, "작가 양반, 자네, 담배를 태웠던가?" 여쭤보셔서, "아이고, 편집자님, 말두 마셔요, 제가 아주 둘째라면 서러운 골초 중의 골초, 왕끽연가입니다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담당 편집자님과 출판 계약을 맺기 전에 처음 미팅을 하던 자리에서도 나는 어찌나 긴장이 되었는지, 약속 시간 10분 전에 미리 도착하여, 담배를 태우며 긴장을 풀었다는 것을, 담당 편집자님은 모르셨던 모양이다.


어릴 때 친구 하나는 나에게, 담배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쉴 수 있다는 것이지... 라는 명언을, 뭐 지금 생각하면 젊은 청춘의 허세가 섞인 개소리인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친구가 정의 내린 담배의 장점을 오랜시간 믿었던 것이다.


금연 5개월이 되니까, 이제 꿈속이 아니고서야 담배 생각이 자주 나지는 않지만, 가끔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수북이 쌓여있는 라이터들을 보면...





라이터가 너무 많네요. ㅋㅋ


담배를 태우던 시절 미스테리라면, 라이터는 왜 사도사도 자꾸만 사라지는가 했던. 어쨌든 오랜만에 꿈에서 담배를 태우니까 그게 참, 뭐랄까, 꿈에서도 담배 맛이 나는 것 같았달까...... 으으으으읔 ㅋㅋㅋ


뭐, 담배에 불을 붙이는 라이터도 라이터(Lighter)고 글을 쓰는 라이터도 라이터(Writer)인데 말이지영. 라이터는 버려도 라이터로는 살고 싶다, 하는 뭐 마음입니다.


암튼 간에 5개월 넘게 저는 담배를 참고 있는 것입니다... 꾸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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