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추석 연휴, 10월에는 대체공휴일 연휴가 있었죠?
저는 연휴들이 지나서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간단히 소개해볼게요.
지난 9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사무실에 나왔더니 책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몇 년간 몸담았던 알앤비/힙합 웹진 리드머의 전편집장이자 음악평론가 강일권 aka 안산 돌주먹 소울갱 옹의 첫 저서가 도착한 것인데요. 책 표지 색이 아주 민트민트하네요. 제목은 <K-POP 신화의 그림자 / 투 올 더 뮤직 키즈>입니다.
저는 책을 세 권 낼 동안 책날개에 제 얼굴 사진 넣을 생각을 한 번도 못하고, 출판사에서도 따로 책에 얼굴 사진을 넣읍시다, 하는 얘기가 없어서, 어.. 음.. 그래, 내가 뭐 미남형은 아니니까능, 나는 오로지 글로 승부를 하겠다! 생각했는데... 일권형은 첫 저서부터 얼굴을 책날개에 따악! 역시 미남은 뭔가 다르구나 싶고... 하하핫! 일권형 얼굴 본지가 오래되었는데 이렇게나마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뚜렷한 주관이 없고 주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글을 쓰는 저와 달리 일권 형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식의 호불호 갈리는 비평 글을 많이 써왔는데요. 그래서 일권형은 적도 많은 편입니다. 막 래퍼들이 일권형 이름 넣어서 디스도 날리고 말이죠. 그런 주관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거 같습니다.
저는 서른 살 정도, 그러니까 10년도 더 된 옛 시절로부터 한 3~4년 바짝 리드머에 글을 썼습니다. 그 전에는 힙합 플레이야라는 역시나 힙합 사이트 게시판에서 외로이 키보드 워리어의 신분으로 글 쓰다가, 리드머에서 필진을 구한다는 모집글을 보고서 지원하여 리드머에 합류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니까 강일권 형은 자유게시판에서 망나니처럼 뛰놀던 키보드 워리어에게 필자라는 옷을 입혀준, 제 인생에 첫 에디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이야 힙합이 국내에서도 인기 빵빵한 장르가 되었다지만, 힙합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부터 힙합을 알리려 애쓰고 지금도 애쓰고 있는 리드머 식구들 모두 리스펙트 합니다.
책 제목은 <k- pop 신화의 그림자>이지만, 목차를 보면 일권형의 특기를 살려 주로 알앤비, 힙합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알앤비, 힙합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재미난 책이 될 것 같아요. 책은 음악 관련 책들을 주로 출간하는 안나푸르나 출판사에서 나왔네요.
10월 개천절 대체공휴일 연휴를 보내고 사무실에 오니 또 다른 책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받는 사람에 '이경 작가'라고 되어 있으니 우체국 직원분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며, 놀라시네요. 우체국 직원분께서는 아마도 이 사람이 왜 작가이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크흑.
임해순 작가님의 <그래도 직장은 다녀야지>라는 책인데요. 책이 이중삼중으로 포장되어있어서 왠지 책을 보내주실 때의 마음이랄까, 책을 소중히 여기는, 책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았어요.
책의 오른쪽에는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자석 마그네틱이네요! 아, 이런 굿즈는 좋네요. 저도 다음에 책 낼 일이 있으면 출판사에 냉장고 자석 만들어주세요! 조르고 싶을 정도로 색감도 예쁘고 멋있습니다.
임해순 작가님은 SNS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요. 제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을 인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구매해 읽으셨다고요. 저는 독립서점에 제 책이 들어간 일이 많지 않아서 그게 좀 신기하기도 했는데요.
얼마 전 인천 북극 서점에 들렀을 때 주변에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라는 서점이 있는 걸 보았는데요. 가본 적은 없지만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도 하고 출판사도 같이 겸하는 구조인 것 같아요. 임해순 작가님 글은 그곳에서 그렇게 책이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이의 글을 읽었는데요. 누군가 어디서 일하냐는 질문에 병원이라고 대답하면 '의사예요?'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이어진다고요.
임해순 작가님도 비슷한 글로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학교에서 일하지만, 선생님은 아니라고요.
현재 한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한다는 임해순 작가님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경어체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데요. 이게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글투네요. 책 속 폰트도 귀엽고요.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책이 인연이 되어 책을 보내주시고, 고맙습니다. '산파'라고 표현해주신 게 되게 감동적이네요. 책을 내시는 데에 <난생처음 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되셨다면 오히려 제가 고맙기도 하고요.
가끔 이렇게 <난생처음 내 책>을 읽으시곤,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의 연락을 받곤 하는데요. 그럴 때면 되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게 출간 후에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연휴가 끝나고 사무실에 나오면 그동안 휴식을 취하던 일들이 몸에 남아서 왠지 더 피곤한 것 같고 그런데요. 이렇게 책 선물을 받으니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가닿고 읽히는 책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일권 형, 임해순 작가님. 감사감사, 고맙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