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 보고를 받았습니다

by 이경
작작베셀.jpg 한 때 베셀 딱지가 붙은 <작가님? 작가님!>




이제 한 보름 지나면 데뷔작 <작가님? 작가님!>이 나온 지 딱 2년이 됩니다. 2년밖에 안되었는가, 싶으시겠지만 그렇습니다.


<작가님? 작가님!>을 쓸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이라면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한 줌의 모래>였으며, 가장 큰 영감을 준 곡이라면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의 <It's a Very Deep Sea>였고, 가장 중요한 사람을 꼽으라면 군산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알려진 '배지영' 작가님입니다.


오늘은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지금에서야 이시카와가 일본의 국민시인, 한국으로 치면 윤동주급으로 알려진 것 같은데, 그것도 다 사후에 일어난 이야기일 뿐, 이시카와가 살아생전에는 그리 큰돈을 벌지도 못하고 주변에 민폐만 가득 끼치며 살았다고 합니다.


<작가님? 작가님!> 쓸 때도 그랬고, 여전히 그렇지만 저는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한 줌의 모래>를 읽으면 어쩜 이렇게 내 이야기 같을까, 하면서 눈물 뚝뚝 흘리며 보는데요.


그런 이시카와의 능력 중 가장 부러운 것이라면 역시나 글을 쓰는 능력입니다. 월급 가불을 밥 먹듯 하던 이시카와는 주변에 그렇게 돈 빌려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다고 하는데요. 그 편지를 받아 든 사람들이, 도저히 돈을 빌려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잘 썼다고 합니다.


도대체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쓴 것일까요. 아마도 정말 빌려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구구절절의 향연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저에게 이시카와의 그런 글쓰기와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저는 뭐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지만, 대신에 내가 쓴 책, 내가 쓴 책을 한번 읽어 달라, 하는 그런 구구절절의 편지는 띄우고 싶습니다.


때마침 계절도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인간들은 책 읽기 좋다 하는 그 계절, 가을-


요즘의 책이란 요구르트와 같아 나오고서 2주 안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그대로 잊히는 책이 다수. 그럼에도 나온 지 2년이나 지난 책을 붙들고, 읽어달라 호소하는 연유에는...

오늘 출판사로부터 인세 보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인세 보고를 받을 때마다 저는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다가 금세 고개를 떨구고는 맙니다.

책이 안 팔린다 안 팔린다 하지만 이렇게나 안 팔릴 수가 있는가. 한 이름 있는 작가는, 책은 출판사가 팔아야지 작가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저의 입장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완전 무명의 그야말로 이름도 없는 작가 지망생의 원고를 투고함에서 건져내어 책으로 지어준 편집자님과 책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을 마케터님, 그 외의 출판사 식구들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심정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한 출판사 대표님에게 메일을 받았습니다. 아, 우리 이경 작가, SNS에서 자기 책 열심히 홍보하는 기특한 이경 작가, 언젠가 네이버 책에서 베스트셀러 빨간딱지 붙여주고 싶다, 하는,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희망의 편지였습니다.


대표님께 고백하자면, 저는 이미 네이버의 빨간 베셀 딱지를 경험했습니다. 그것도 데뷔작에서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은 빨간딱지의 지속 여부가 아니겠는가, 출간 2년이 다돼가는 지금 <작가님? 작가님!>에서 베셀의 흔적이라고는 이렇게 영혼이 가난한 무명작가의 휴대폰 사진첩 속에서나 존재할 뿐입니다.


저에게,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능력, 도저히 돈을 빌려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든다는 그 글쓰기 능력이 생긴다면, 저는 이름 모를 다수에게 편지를 띄우고 싶습니다.


도저히 사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책 홍보의 글을.


친애하는 독자님들, 책이 나온 지 이제 2년입니다.

오늘은 출판사로부터 인세 보고를 받았습니다.

즐거워야 할 날, 제 마음은 헛헛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오늘은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한 줌의 모래>를 읽고 잠들겠습니다.




한길문고-작작2.jpg 군산 한길문고에서는 출간 후 책이 이만큼 쌓여있었다. 이 책들 다 팔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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