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by 이경



여러분, 하이, 헬로우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무명 글쟁이 이경입니다. 다들 오늘도 백지가 주는 공포를 이겨내고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가며 글을 쓰고 계십니까, 아니면 써야지 써야지, 내가 안 써서 그렇지, 일단 쓰기만 한다면야 저렇게 나불나불하는 무명 글쟁이 이경보다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아무렴, 하면서 가만히 멍만 때리고 계십니까.


제 글을 봐주고 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그, 뭡니까, 공모전, 브런치 공모전에 오랜만에 글을 엮어 냈습니다.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다가 공모하였고, 떨어질 확률은 뭐 한 99.89%가 아니겠는가, 되면 얼씨구야 좋구나 하고서는 소고기 사 먹고 책도 내고 독자도 얻고, 까짓 거 안되면 뭐 글 모아다가 수정 보강하여 또 출판사에 투고해봐야지, 그러면 정신 나간 편집자 한 명쯤은 어디에선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번 브런치 공모전 결과 발표가 12월 15일인가 그렇죠? 공모전에 참여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과 발표가 15일이면 아마 당선자에게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는 전화를 돌리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들은 12월 12일, 13일, 14일, 심지어 당일까지 당선 전화를 기다리고 계실 분들이 있을랑가 몰라도, 당선 전화라는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서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희망고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들 마시길 바랍니다. 네?


실제로 대부분 매년 1월 1일에 발표가 나는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12월 말까지 기다리는 문청들도 있다고 하는데 말이죠. 어떤 신문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클로스 영감님 마냥, 아 자네가 우리 신문사에 글을 투고한 문청인가? 자네는 이제 지망생 딱지를 뗄 수 있겠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네에게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주지, 하는 전화도 돌린다고는 합니다만, 대부분은 뭐 그보다 훨씬 일찍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공모전 당선자들은 또 나름의 엠바고랄까, 우헤헤헤 내가 이번 공모전 당선자지롱, 하는 자랑 하고픈 마음을 꼭꼭 숨기고서는, 다른 공모전 참가자들이 아이고야 언제쯤 전화가 오려나 두근두근 합이 네 근 가슴 졸여하고 있을 때 당선자 인터뷰라든가, 당선 소감을 열심히 쓰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이지요. 저도 뭐 공모전 당선자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그들만의 세상 알 수가 없어요. 쳇.


뭐 그래도 저는 그동안 출판사 투고로 책을 세 권 내었고, 한동안 브런치 공모전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가, 이번에 즉흥적으로다가 공모전 마감 한 달여를 앞두고, 심심한데 글이나 한 번 써볼까나, 엣헴, 하고서 쓴 게 마감 전 13 꼭지가 나와서, 어, 뭐, 음 떨어지더라도 한 번 공모나 해보자, 얼쑤, 하고는 글을 던졌는데 말이지요. 그 순간 이미 저에게는 공모전 탈락 이후에 출판사 투고를 하겠다는 계획이 다 짜여있었다는 거죠.


그리하여 어제는 SNS에다가 헤헤헤, 브런치 공모전에 글 보냈는데 붙으면 좋고, 아니면 투고하겠다, 출판사 인간들아 어서 나에게 관심을 보여라, 관심을 보여달라고, 제발 관심 좀 주세요 네? 하였더니 실제로 관심을 보인 출판사 편집자가 나타났더라 이 말입니다. 으엌, 편집자님. 산신령이세요? 이 금 원고가 네 원고냐? 이 은 원고가 네 원고냐? 하는 질문에 저는 아이고야 브런치 공모전용 13 꼭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제출 원고가 제 원고입니다, 하는 느낌이랄까. 아아, 무명 글쟁이 이경, 이제는 글쓰기 인생에 날개를 달고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인가. 크흨.


아, 그러니까, 저는 오늘 한 출판사의 편집자 두 분과 미팅을 하고 왔다는 이 말입니다. 한 시간이 좀 넘게 떠든 미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동안 너의 글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런치 공모전에 네 글이 붙으면 우리는 너에게 축하를 해줄 테야, 하지만 떨어진다면,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하는, 네? 이건 마치 <쇼미더머니>의 참가자가 되어 명프로듀서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더라 이거죠, 래퍼에게 마이크로폰이 있듯이 나에게는 키보드가 있다 이 말입니다. 탁탁, 타다다다다다다다닥.


이건 마치 보험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아주 든든한 보험. 공모전 붙으면 아싸 좋아, 인데 떨어져도 헤헤헤 출판사 선생님들, 제가 예상했던 바와 같이 공모전에 그만 똑하고 떨어져 버렸습니다, 전에 미팅 때 하셨던 언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겠지요? 하면서 원고를 다듬고 보강하여 룰루랄라 책으로 낼 수 있는. 네?


부럽죠? 부럽다고 해주세요. 무명 글쟁이 이경의 그간의 글쓰기 인생이라 함은 험난한 투고와 무관심과 실패의 연속이었으니 오늘처럼 이렇게 든든한 보험을 맞이하는 날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팅을 마칠 때쯤 저는 물었습니다. 출판사 선생님들,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에,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의 미팅 자리를 제가 자랑해도 되겠습니까? 하였더니 자랑해도 된다는 편집자 분들의 말씀, 엣헴.


그래서 이렇게 자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자랑하는 거니까 부러워들 해주세요. 네?


여하튼 구독자 일백이 겨우 넘는 무명 글쟁이의, 공모전 제출 원고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에 그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라이킷 달아주시고, 재밌어해 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땡큐 쏘 마치. 알러뷰 쏘 마치.


그럼 오늘은 이만, 총총.

ps. 보험은 보험일 뿐 그래도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되면 좋겠다는 것은 안 비밀. 헤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독자와 댓글과 라이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