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어휘력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인데, 요즘엔 그 안 좋은 어휘력을 가지고도 가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아아, 그 단어 뭐였더라 뭐였더라 한다. 오늘도 퇴근 전에 머릿속에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서 뭐였더라 뭐였더라 하다가 겨우겨우 떠올랐는데 바로 '균제미'라는 단어였다.
이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자주 쓰거나 자주 보이는 단어가 아니어서일 텐데 실제로 나는 이 단어를 작년엔가 인터넷에서 처음 접했다.
첫 책을 내고서는 문청으로 가득한 인터넷 익명의 문학 게시판에 가서는 자랑 아닌 척 은근히 자랑을 하며, 헤헤헤 문청 여러분들, 저는 투고로 책을 내었습니다만, 헤헤헤 하고서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누군가 "글에 균제미가 있어요." 하는 댓글을 달아준 것이다.
아, 그러니깐 이건 제가 평소 쓰는 글에도 균형이 잡혀있고 아름답다는 제 자랑 글인데요. 제가 스스로 제 글에는 균제미가 있습니다, 엣헴, 하려는 건 아니고, 문청 누군가가 제 글을 가리켜 균제미가 있다고 칭찬을 해주었는데 저는 그 칭찬의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서, 아아 역시 어휘력이 안 좋으면 칭찬도 떠오르지 못하는구나 하는, 네?
어쨌든 나는 어휘력이 안 좋으니까능 '균제미'라는 댓글을 보고는, 균제미가 뭐지, 혹시 '균재미'의 오타인가, 뭔가 (세)균재미 같은 미세하고 세세한 재미가 있다는 신조어인가, 가재미는 아는데 균재미는 뭘까 싶어서 부랴부랴 사전을 찾아보니 '균제미'가 맞더라 이겁니다.
어휘력이 좋지 않으니까능 누군가 칭찬을 해주어도 그걸 바로바로 못 알아먹고 혹시나 욕인가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는 못난 꼬락서니라니. 깔깔깔.
<난생처음 내 책>을 내고 책 홍보차 나간 방송 '다독다독'팀과의 촬영 때, 진행자 분이 김영하 작가였나 누구는 글을 쓸 때는 인터넷도 안 되는 시골에 가서 쓴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나는 허겁지겁 "저는 인터넷이 있어야 됩니다! 헤헤헤헤헤헤헤" 하고 말았는데 이런 칭찬의 단어조차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만 알아먹는 것이다. 후우.
어쨌든 이경이라는 작자의 글에는 균제미가 있다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 네? 균제미로 가득한 이경의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네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