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들 2호는 할머니(울 엄마) 집으로 보내고 토요일 와이팡과 아들 1호와 탐스퀘에 들렀다. 탐스퀘어에 들르는 김에 오늘은 기필코 영등포 알라딘에 가서 책을 좀 팔아야지 다짐했다.
사실 책 잘 못 판다. 아, 이건 도저히 다시 열어보지 않을 것 같다, 싶은 책도 막상 갖다 팔려는 순간에는, 당장 내가 보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커서 보지 않을까, 라든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가 없는 노릇. 방구석 서가의 책은 가득 차 방바닥에도 책탑이 쌓여 발 디딜 틈이 없고, 거실에도 백여 권의 책이 늘 뒹굴고 있다. 책을 정리하지 않으면 조져버리겠어, 라는 와이팡의 협박이 점점 더 진심에 다가가면서 아 이러다 진짜 내가 조져질 수 있겠구나,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사실 책을 파는 데에는 원칙이 있었다. 문학 책은 팔지 않는다, 국내 작가의 책은 팔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서가가 여유 있을 때나 하는 말이고, 이제는 국내든 문학이든 정말 다시 열어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은 좀 팔아야 내가 조져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지키는 것이 있다면 인친 페친 트친 여하튼 친친들이 낸 책은 팔지 않는다는 것. 또한 출판사에서 증정한 책도 팔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나의 온라인 친구들은 혹여나 무명 글쟁이 이경 저 자식이 혹시 나의 책을 갖다 팔았는가, 의심도 걱정도 마시길 바란다. 제가 이렇게나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그리고 온라인 친구분들이 책을 내시면 어지간하면 제가 사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저의 책을... 네?
<불편한 편의점>을 쓴 김호연 작가는 생활이 어려웠을 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면 얼른 읽고, 책을 중고로 만들어 서점에 팔았다던데. 이제 종합 베셀 작가가 되었으니, 이제 당장 중고서점에 책을 팔일은 없겠지?
저도 종합 베셀 작가가 되어 중고서점에 책을 팔지 않고 살고 싶습니...
여하튼 신작 <작가의 목소리>에는 sns 친구들과 서로 책을 사서 읽어주는 일에 대해 써둔 꼭지가 나오는데...
아, 이거 그냥 책 홍보 게시물인데요?
어쨌든 알라딘에서 책 11권을 팔았다. 워낙 책을 깨끗이 보기 때무네... 직원은 모든 책을 촤르르륵 펼친 후 '최상'등급으로 매입하였다. 마치 렌트카 반납할 때 눈치를 보듯 나는 직원의 책 감정을 지켜보았다. (아님...)
그렇게 최상 등급이라 해도, 팔리는 책값은 똥값에 가깝다. 17000원 주고 산 드래곤볼 브로리에 2900원이 책정될 때는 조금 억울하기도...
스미마셍, 토리야마 아키라 센세...
그렇게 11권 팔아서 35,000원 받았는데, 아들 1호 유희왕 카드 한 박스랑 생활용품 만 원어치 사니까 36,000원이 나오더란 이야기, 쳇.
여러분, 책 홍보 게시물이니 만큼 <작가의 목소리> 리뷰를 읽어봐 주세요. 네? 잘읽혀요 3 / 유용해요 1...
아니... 이거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눌리는 게 '좋아요' 아닌가영? 어떻게 좋아요는 하나도 없고, 잘읽혀요가 이렇게 눌릴 수가 있는가, 하면 역시 글이 잘 읽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님 말라지.
오랜만에 웃으면서 읽었다.
오랜만에 생각하면서 읽었다.
아껴서 야금야금 읽고 싶은 책이다. 네?
책 네 권 냈는데 왜 전업 작가가 아니느냐...
그것은 워낙에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이기 때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