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웅얼... 중얼중얼... 220509

by 이경



1. 주말에 일본 뮤지션 차라(Chara)의 <Breaking Heart>를 서른 번은 들은 거 같다.


2. 일요일에는 파주 심학산과 파주출판도시에 들렀다. 조선시대 어느 왕이 아끼던 학 두 마리가 사라져서 찾다가 찾다가 학이 발견된 산이라서, 찾을 심, 학 학 하여 심학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높이 200m도 안 되는 야트막한 산에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서는, 조선시대에는 자유로도 없었을 텐데 학이 멀리도 도망쳐왔네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날 수 있었더라면 더욱 먼 곳으로 도망쳤을 것.


3. <작가의 목소리>를 내고는 책을 목표로 하는 글을 거의 못쓰고 있다. 출판인들이 밀집해있는 출판도시에 다녀오면 기운을 좀 차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출판도시 지혜의숲 안에서는 몇몇 지역 동네서점과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관련 행사로 나와서 책을 팔고 있었다. 주말에도 붙들려 나와서인지 출판사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환해 보이진 않아서, 출판인들에게서 기운을 받아 기운을 차리려 했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 같다.


4. 그럼에도 출판도시에 들러 책 냄새를 맡고 오면 좋다. 나름 이쪽 세계에 엄지발가락 하나 정도를 담그고 물장난 참방참방 치고 있으니, 온라인 세계를 통해 얼굴만 알고 있는 출판인들도 조금씩 생겼다. 혹여나 출판도시에서 서성이다가 아는 분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춤주춤 멈칫멈칫 현진영도 아닌데 엉거주춤을 추겠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도 해보았으나 아는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5. 지혜의숲 안에서는 사계절 출판사 40주년 전시도 열려서 구경했다. 전시실 안에는 커다란 '이파라파냐무냐무'도 있었다. 출판사 40년이라니. 오래됐구나.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사계절 출판사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은 거 말고는 자랑할 게 없는 인간이라니.


6. 오늘 SNS에서 누군가의 재미난 틀린 맞춤법을 봤다. '명색이'를 '명세기'라고 쓴 것. 명세기라고 쓴 건 살면서 처음 봤는데 뭔가 그렇게 이해하고 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틀린 맞춤법을 쓴 사람이 출판사 편집자라서 몰라서 틀리게 쓴 건지, 알면서 일부러 이렇게 쓴 건지도 헷갈린다. 출판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1인출판사의 길을 걸어가는 분이라, 아무래도 몰라서 그렇게 쓰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7. 세 번째 책의 제목은 <난생처음 내 책>이고, 부제는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이다. 표지에서 제목보다 부제를 크게 써서 많은 분들이 부제를 제목으로 알고 있기도 한데, 제목으로 불리든 부제로 불리든 팔리기만 하면 장땡이다. 편집자와 관련된 책이라 그런지 가끔 편집자 분들이 읽어주시는데 오늘 에고 서치를 하다 보니, 한 편집자분이 '출판사 편집자가 읽으면 좋을 책 10권'이라는 리스트에 책을 넣어주었다. 근데 리스트에서 책 제목으로 써주신 걸 보니, <난생처음 내 책>도 아니고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도 아니고... '난생처음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였다.


보통 제목이면 제목, 부제면 부제 따로 불러주시는데 이렇게 퓨전으로 섞어서 써주시는 건 또 처음이라 재밌었다.


8. 한 독자분이 골프 치러 필드에 나가셨다가, 골프장 로비에서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가, 그것도 두 권이나 있어서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그러게. 신기한 일일세. 전국에 있는 모든 골프장에서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한 권씩만 사줘도 2쇄를 찍을 텐데.


사진을 찍어 보내준 독자분은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읽으시곤 골프를 시작하셨다. 내가 쓴 책을 읽으시고는 골프를 시작하셨다니. 글쟁이는 이럴 때 보람을 느끼는 겁니다. 네네. 근데 최근 스코어를 여쭤보니 나보다 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훨씬 잘 치심...


얼마 전에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읽으시곤 좀 울었다는 독자분의 글도 보았다. 글쟁이는 이럴 때 보람을 느끼는 겁니다. 네네네네. 골프 에세이 읽으면서 울 일이 뭐가 있겠느냐, 하시겠지마는... 책이라는 게 읽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물건이니까요. 네네.


9. 페이스북을 통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몇몇 작가님들과 친구를 맺었다. 작가님들한테는 친구 신청 잘 안 하는 편이다. 문인상경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혹여나 글 쓰는 누군가에게 친구 신청이 오면 흠칫한다.

그러다가 최근엔 몇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 소설가 선생님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그냥 페북에서 보이는 글이 좋아서 친구 신청을 했는데 한동안 수락을 안 해주셔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 최근 친구가 되었다. 수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당. 고백하자면, 나는 친구 신청할 때만 해도 나와 비슷한 연배의 작가분이 아니실까 했는데, 아니었다. 사진으로는 너무 젊게 보이셔서...


10. 이렇게 신춘문예로 등단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고, 그저 온라인 친구에 불과한 분들의 책을 서점 매대에서 보면 신기하다. 아, 이 분 나흘 전에 나랑 친구 맺은 분. 아, 이 분 아흐레 전에 나랑 친구 맺은 분, 뭐 그러면서 책 표지 한 번씩 만져보고 온다. 인스타그램 위주로 SNS를 하면서는 온라인 친구분들이 출간을 하면 응원차 책을 사서 보고 했는데 이제는 인스타며, 브런치며, 페북이며 책을 내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져서 그 모두를 사서 읽어볼 수가 없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제 책을 좀 사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는 것이 솔직한 저의 마음입니다만.


11. <난생처음 내 책>에는 신춘문예 등단과 출판사 투고에 대해 써둔 꼭지가 하나 있다. 요즘 세상에 작가가 꿈이라면, 출간이 꿈이라면 뭐 꼭 신춘문예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나처럼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을 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말도 신춘문예에 등단한 사람이 내뱉어야 설득력이 있지, 나 같은 놈이 암만 떠들어봐야 설득력이 있겠는가, 하는 내용의 글이다.


설득력 없는 글로 용케도 책을 냈다. 설득력 없는 글로 어떻게 책이 나오게 되었는가, 궁금하시겠지마는... 책이라는 게 읽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물건이니까요. 네네.


12. 글 쓰는 사람들에게 친구 신청을 잘 안 하는 이유로는 패거리 문화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글 쓰는 사람들이 패거리를 이루기 시작하면 보통은 자화자찬의 세계로 빠져들기 쉬우니까. 그러다가 누구 하나가 잘 나가면 질투심도 생기고, 열등감도 생기고, 열도 받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혈압도 오르고, 편두통도 생기고, 저저, 저 사람 보게, 저 사람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네, 으으으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해, 뭐 이러면서, 여하튼 좋지 않다.


13. 하지만 내게 먼저 친구 신청한 이들이 먼저 친구를 끊어버리면 더 화남... 으으으... 이 사람이... 으으으... 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으으으... 나쁜 사람... 으으으...


14. 페북에서 가끔 보이는 '함아친'이 '함께 아는 친구'의 줄임말이라는 걸 며칠 전에 알았다. 패거리 문화를 안 좋아하다 보니까 가끔 함아친이 막 30명 넘어가는 분들을 보면 멈칫하게 된다. 아, 저 사람 굉장한 인싸로구나. 함아친이 30명이나 넘게 있다니, 나는 완전 앗싸인데, 왠지 좀 싫네...라는 찌질한 생각을 하다가 반대로 저 사람이 내 계정을 볼 때도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아 나는 왜 이리 멍청하지, 라며 자기반성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15. 역시 올해 알게 된 몇몇 분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재밌다. 누군가는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지내다가 결혼을 하고는 연고가 없던 일본으로 넘어가 지내는 분도 계시고, 또 누군가는 일 때문에 해외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시다가 시골로 내려가 집 짓고, 농사짓는 분도 계시고.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삶이 급변한 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흥미롭다. 뭔가 응원도 하고 싶고.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접해서 그런지 주말에 파주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일 때려치우고 이 동네 들어와서 글 쓰면서 사는 것도 재밌겠다... 하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를 농담 삼아해 보았다. 하지만 차도남 이경, 도시와 편의점을 벗어나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무엇보다 글만 써서 살 수 있는 삶이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16. 그럼에도 딱 2년만 회사 일 신경 안 쓰고 전업으로 글 쓰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전국에 있는 골프장과 골린이들께서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한 부씩 사주기를 바라고,

출판 편집자 및 작가 지망생들은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와 <작가의 목소리>를 한 부씩 사주시길 바랍니다. 네?

17. 원고지로 돌아가 책을 목표로 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오늘도 글러먹었다. 이렇게 또 중얼중얼, 웅얼웅얼, 헛소리나 늘어놓고 있다.


18. 골린이, 주린이, 잼민이 뭐 이런 단어들. 국립국어원도 아니고 인권위에서 쓰지 말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16번 글을 보아서 아시겠지만, 저는 씁니다. 쓴다고요. 사실 이런 단어 잘 안 쓰는데, 쓰지 말라니까 더 쓰고 싶은 뭐 그렇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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