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잠들기 전 랜덤으로 음악을 듣다가, 더 스미스(The Smiths)의 <어슬립>이 나와서는 결국 눈을 감을 때까지 한 곡만 돌려 들어야 했다.
가끔 살면서 문득 이거 정말 현실인가, 꿈 아닌가 싶은 일이 있다. 좋은 일도, 또 때론 나쁜 일도.
최근 몇 년 간은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꿈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건 분명 좋은 일에 속하는 사건(?)이었다. 예스24나 알라딘에서 내가 쓴 책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도, 교보나 영풍에 가면 내가 쓴 책이 있다는 것도. 실제라고 하기엔 좀 비현실적인 일 아닌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데에는 아무래도 작가 지망생 시절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겠다. 작가 지망생에게 작가 지망생과 관련된 딱 하나의 소설을 추천하라면 스티큰 크보스키의 <월플라워>를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첫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특히 소설 속에서 타자기를 선물 받은 주인공이 그 자리에서 타이핑하는 장면이 정말 좋다.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써줘."
"그렇게 할게."
누군가 내 글을 기다려준다, 내 글을 기대하고 있다 하는 게 글을 쓰는 이에겐 굉장한 힘이 되는데, 작가 지망생에게 그런 기다림과 기대를 갖는 이는 많지 않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월플라워> 속 작가 지망생 주인공 찰리와 그에게 타자기를 선물해주는 샘의 대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아름다우면서도 자꾸만 울컥하게 된다.
몇 권의 책을 낸 요즘에는 가끔 다음 책을 기다려주고 또 기대해주는 분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월플라워>의 이 장면이 떠오르면서 마음속으로 타자기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역시 좀 꿈같은 일이다.
<어슬립>은 그런 소설 <월플라워>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트랙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접하고 나면 푸욱 빠져버릴 수밖에 없는 트랙. 그게 좀 우울하다 하여도.
책을 낸다는 것은 늘 내겐 여전히 비현실적인 일이라 저자 증정본을 받으면 항상 사진을 찍어서 간직해둔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저자 증정본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