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는 거실 소파에서 자려고 했다. 요즘 즐겨보는 몇몇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다가, 음악을 좀 듣다가, 약을 먹고, 불을 끄고, TV도 끄고 누웠는데 쉬이 잠들지 못했다. 불을 끄면 청각은 더 예민해진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거실 시계 초침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자 세상엔 나와 시계만이 있는 듯했다.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째깍'이 아니라 마치 '철컥'처럼 크게 들려왔다. 철컥철컥철컥철컥. 시계 건전지를 빼놓고 잘까, 그러면 다른 가족들이 아침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 아내에게도, 첫째 아이에게도, 심지어 시간에 맞춰 유치원에 가야 하는 둘째 아이에게도, 시계는 필요하니까.
철컥, 하는 초침 소리가 60번 들리면 1분이 지나겠구나, 이럴 때 시간은 참 느리네, 아니, 빠른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뭔가 몸을 무는 게 느껴진다. 모기일까, 개미일까, 그것도 아니면 거미일까. 긁지 말아야지, 가렵지만 긁지 말아야지. 손톱으로 눌러 십자가 자국 정도 내는 건 괜찮겠지. 그래도 긁지는 말아야지. 어른이니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싶다가도 귀에 철컥 거리는 소리에 이어 윙윙하는 소리까지 들리자, 이대로는 도저히 잠들 수 없겠다 싶어 불을 켜고, 스프레이 모기약을 뿌렸는데도, 여전히 무언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안 되겠네, 스프레이로 안 되겠어. 결국 전기 모기채의 빨간 불을 켜고서 이리 휘적 저리 휘적 했더니 파팟하는 평화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에겐 죽음이었겠지만.
그나저나 이제 5월인데, 우리 집 26층인데, 새벽 4시에 모기라니. 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 싶어 무신론자의 신념은 확고해진다. 아니, 거미가 아니었음을 다행으로 여겼여야 했을까. 그렇게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는 사라졌지만 초침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불현듯.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이 나서.
불현듯.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켜서.
불현듯. 그 생각들이 도저히 멈추질 않아서.
불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