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by 이경



간헐적으로 한 번씩 듣는 곡인데, 언제 듣는 곡인가 하면, 어쩌면 책으로 쓸 수도 있겠는데, 싶을 때.


웹에 올리는 글이야 별다른 퇴고랄 것도 없이 그저 손가락 가는 대로 블라블라 어쩌고저쩌고 왈왈 아무렇게나 타이핑하기도 하지만, 책으로 써야 되겠다 싶을 때는 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이런 글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든, 읽어주는 이에게든. 의미가 없다 싶은 글들은 웹에서 휘발되어 사라질 테고, 기록으로 남길만 하겠다 싶은 글들은 한글 파일로 옮겨가 책으로 만들려고 했다.

(물론 웹에 쓰는 글이 모두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처음과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 채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자고 했고, 요즘에는 다섯 번째 책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쓰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 책인데. 작년부터 써볼까 하는 마음이 51%,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49% 정도 되는 이야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쓸까 말까, 하는 고민만 1년 정도 했는데 결국은 의미 찾기였다.


세상에 너무 비슷한 책들이 이미 많지 않나.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어쩌면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하고서 기록하고픈 마음에 조금 더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럴 때. 어쩌면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책으로 쓸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면 이 곡을 찾아 듣곤 한다.


재즈 클래식이라 워낙 여러 버전이 있는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ost로 실린 해리 코닉 쥬니어의 버전을 가장 많이 듣는다. 사실 되게 느끼한데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는 트랙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혹시 누가 물어보면, 책으로 쓸 수 있다구요.

당신의 걸음걸이와 속삭임, 뭐 그런 것에 대해.'


영화 속 해리를 맡은 이가 울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은 늘 믿기지 않고, 젊은 시절의 샐리 맥 라이언을 보고 있으면 난 어쩐지 사랑스러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든다.


뭐 어쨌든, 살면서 <I Could Write a Book>을 들을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네.


+ 에디 히긴스 트리오 버전도 좋아합니다.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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