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가의 목소리>를 쓰는 데에 송현규의 이 만화 <혐규만화>의 영향이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빌어먹을 알고리즘으로 sns에서 늘 보이는 게 글쓰기 관련 어쩌고저쩌고 여럿이서 모여 으쌰으쌰 같이 힘내서 글을 써봅시다, 하는 건데... 아니, 정말 타인의 글쓰기를 그렇게나 응원을 해줄 수 있다고? 못 쓴 글을 보며 짜증을 내거나, 잘 쓴 글을 보며 질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천사와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싶었으니까.
특히나, 나의 과거 몹시 찌질하고 어두웠으나, 이제는 글쓰기 하나로 월 수익 이천, 그것도 순수익으로다가 이천을 땡기네 어쩌네 저쩌네, 그러니 여러분들 나한테 글쓰기를 배우십셔, 하는 광고글을 볼 때면, 어엌, 시부랄것들... ... 진짜야? 정말입니까 선생님? 정말 글쓰기로 월 이천을 땡길 수 있습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부럽군요. 거 비법이 뭡니까, 하고서 묻고 싶... 어엌 시부랄...
나는 누가 글 쓴다고 하면, 착한 어린이상 수상자 출신답게 대놓고 비꼬진 않고, 속으로 비웃는... 아, 아닙니다. 사실 비웃지는 않고, 아, 그렇구나, 글을 쓰시는구나...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은 아니겠군,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글 따위 쓰지 않을 테니,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좋은 글을 쓰는 몇몇 분들을 우연찮게 보게 되면, 진심으로다가, 글을 계속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은 대체로 여성 분들인 경우가 많고, 남자 글쟁이야 먼 훗날의 잠재적 경쟁자밖에 더 되겠는가 싶어서 글을 잘 쓰든 말든 그다지 뭐 크게 관심이 없다. 깔깔깔깔.
여하튼 내 주변에도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 이렇게 망할 수는 없지. 다 같이 한 번 글쓰기에 빠져 대차게 망해봤으면 좋겠다, 특히나 출판사에 투고해가지고 다들 대차게 까여가지고 다들 버림받은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니 이경이라는 생키는 대체 무슨 수로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책을 세 권이나 낸 거야? 하는 마음이 들어 자연스레 서점에서 이경의 책을 사서 볼 수 있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겁니다. 네? 이경의 첫 책 출판과정을 다룬 <난생처음 내 책> 같은 거 읽어달라 이거예요, 네? 아니 책이 이렇게나 팔리지 않는 시대인데, 대체 무슨 수로 월 이천을 땡긴다는 말인가,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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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두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 여러모로 좀 재밌었다. 작가 A는 몇몇 글 쓰는 사람들을 모아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을 하는데, 그 몇몇의 글쓴이들을 가리켜 '나의 작가들'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나는 A작가가 말하는 '나의 작가들'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나의 작가(님)'이라는 소리를 몇 번 들었는데, 내게 이 말을 해준 이들은 보통 편집자였지, 다른 작가에게서 '나의 작가' 같은 소리를 들을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A라는 작가는 그 몇몇의 글 쓰는 분들을 '나의 작가들'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힘쓰시는 거 같은 모습인데, 이야 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성인군자가 아닐 수 없다, 타인의 글쓰기를 저렇게 응원해주다니 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A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과는 전연 별개로 역시나 작가가 다른 글쟁이들을 가리켜 '나의 작가들'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는 좀 징그럽게 느껴진다.
작가 B는 최근 온라인 독서 플랫폼? 뭐 그런 걸 만들었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사이트를 오픈하며 여느 커뮤니티에 흔히 있는 좋아요나 쪽지 기능은 두지 않겠다는 내용을 써두었는데, 친목질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추가 설명이 흥미로웠다. 일베를 포함하여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런 친목질을 지양하고 조심스러워하는데 나는 처음에는 이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뭐 몇몇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낸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어릴 때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여러 커뮤니티가 망했던 가장 주된 이유가 회원들의 친목질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때, B작가가 사이트에서 좋아요나 쪽지 기능을 없앤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최근 A와 B의 게시물을 읽으며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혼자 살 수는 없고, 글쓰기라는 행위 또한 가끔은 '문우'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만들어 서로 으쌰으쌰 할 수도 있을 테고, 아니야 글쟁이라 함은 모름지기 독고다이 인생이지, 친목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하는 생각도 들고... 뭐, 모르겠습니다. 글쟁이들이 모여살든 떨어져살든, 그냥 글 쓰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네네...
올해 브런치에서 알게 된 어느 한 분의 글이 참 좋아서, 아 저분 계속 글 쓰시면 좋겠다, 책을 내시면 좋겠다, 생각하며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오늘 출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