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잡담

by 이경

메모용 잡담.


1. 나는 마카롱보다는 마카롱 러스크만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러스크가 하트 모양이라 찍어보았다.


2. 소설가와 소설 속 화자, 주인공을 동일시하며 보는 이도 있을 테고, 전연 분리해서 보는 이도 있을 텐데, 나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남성이 여성을 주인공 삼아 쓰는 글이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흥미를 잃는 편이다. 3인칭의 소설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1인칭이면 아무래도 집중이 어렵다.


그러니까 김훈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묘사했다가 욕을 먹은 경우처럼, 작가가 자신의 성이 아닌 이를 화자로 내세우게 되면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그러한 모든 작품을 싫어하진 않는다. 예컨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같은 작품은 '사랑, 이라고 썼더니, 그 뒤로 쓸 수 없었다.' 같은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니까.


3. 요즘 <슬램덩크>를 다시 보는데, 능남 고교의 감독 유명호의 나이가 41세라는 걸 보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마음은 여전히 <슬램덩크> 속 고교생들과 같은데, 어느새 꼰대 유명호 감독보다도 많은 나이가 되었다. 인생무상은 문학서뿐 아닌 이런저런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은 안 감독 앞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며 울고, 능남과의 시합에서 쓰러지고는 지나온 삶을 후회하며 우는데, 그 눈물이 너무 진해서 보고 있으면 같이 막 울컥하게 된다.


4.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해 무라카미 류의 인기는 형편없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들고 왔다. 학창 시절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 이거 그냥 야설이잖아... 싶었다가, 무라카미 류의 <유년의 기억(원제-피어싱)>을 읽고는 이건 하루키보다 더 한 야설이잖아, 싶었다.


나는 의외로 보수적이라 소설 속에서 지나친 성적 묘사가 나오면 읽기가 싫어지는 사람이라, 그 후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한없이~블루>의 아무 페이지를 펼쳤을 때 '자지'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지만, 이제는 읽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제목이 너무 좋으니까.


5. 얼마 전 한 출판사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출판사에서 남녀 작가의 성비를 비슷하게 하고 싶어도 남성 작가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로, 남성 작가들은 글을 쓸 때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머와 음담패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독자의 기분을 망치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분명 유머라고 생각해서 쓴 글이 누군가에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건데, 이 수위 조절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훨씬 서툰 경우가 많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남성의 목소리가 표현하기에 더 편했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남성 작가들은 어설픈 섹시 코드는 아예 버리거나, 아예 무라카미 류처럼 씹변태의 길을 걸어야...


6. 나는 음담패설을 좋아하진 않지만, 누군가 받아주는 이가 있다면 그때는 나도...


7. SNS만 보면 영화 <헤어질 결심>은 500만을 넘긴 분위기인데 이제 100만 관객이라고. 저번에 한번 보려고 예매를 했다가 취소했는데. 오늘 밤 다시 예매.


8. 오늘은 나얼 커버 앨범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의 1집 앨범을 들었다. 브아솔의 <해주길>은 윤일상이 만든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남자가 여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찌질하면서도 사실적인 가사이기도하고.


9. 메모해 놓은 글들 중 소수 일부는 살이 붙어서 나중에 책의 한 꼭지가 될 수도 있을 테고, 나머지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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