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공모전 일정을 보며

by 이경




피드를 보는데 브런치 공모전 일정이 떴다. 벌써 10회구나. 대상 십에 특별상 사십. 이번엔 책을 오십 종이나 내주는 건가. 대단하네. 많이들 참여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올 3월에 출간한 네 번째 책 <작가의 목소리>는 지난번 브런치 공모전에 재미 삼아 던진 글로 시작되었다. 공모 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서, 까짓 10 꼭지 내 맘대로 한번 떠들어보지 타다다다다다닥, 하고서 신나게 글을 쓰고 있었더니 출판사 마누스에서, 이경이경, 우리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 브런치 공모전에 던지려는 그 글 브런치에서 수상을 한다면 축하를 해주겠지만, 혹여나 브런치에서 뽑아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우리와 함께 책을 내보지 않겠는가, 하여 아이고 이게 웬꿀 개꿀, 하면서 엄청나게 든든한 보험이라도 든 것 같은 느낌으로다가 공모전에 글을 보낼 수 있었다. 결과는 탈락. 옛날 같았으면 이를 바득바득 갈아가며, 으으으 브런치 이번에도 나를 뽑아주지 않다니, 으으으으, 하면서 분노 게이지가 올랐겠으나, 아이고 마누스 대표님 편집자님 사장님 CEO님 제가 예상했던 대로 그만 브런치 공모전에 뚝 하고 떨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에 떨어지면 그때는 저의 원고를 책으로 내주신다던 그 언약 잊지 않으셨겠지요, 하는 알랑방구를 뿡뿡뿡뿡 뀌어대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룰루랄라 책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네네.


보니까능 이번에도 일정이 기네. 공모 기간 두어 달, 필요한 글은 열 꼭지. 글 쓰는 시간 대부분이 그렇지만 최근 나는 글쓰기로 인하여 자괴감이 드는 일이 좀 있었다. 인스타그램 기준 각 잡고 심혈을 기울여 쓴 음악 에세이 원고는 좋아요가 30개 정도에 불과한 것에 비해, 온갖 주접을 떨며 쓴 시답잖은 농담의 글은 좋아요가 100개 넘게 달린 것이다. 아아, 몰려온다 자괴감. 이게 사는 건가. 이런 성심성의의 노력과는 딱히 비례하지 않는 좋아요 숫자를 보고 있으면 마치, 너 이 새끼 진지하게 각 잡고 글 쓰지 말고 그냥 계속 재미나고 가벼운 농담이나 계속해라, 하는 것 같아서 괴로운 것이다. 제가 코미디언입니까. 아, 물론 보시기에 제 얼굴은 조금 재미나게 생기긴 했습니다만... 이런 나의 괴로운 마음을 누가 알아주려나. 음악 에세이를 책으로 내주는 출판사 대표님은 알아주시려나.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에는 음악 에세이 원고 마감을 위해 계속해서 각 잡고 글을 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을 하도 잡아서 각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 또 생각을 해보면 글쟁이란 무릇 자기가 쓰고픈 글보다는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쓸 수도 있어야 하는 법. 그러니 누군가 나에게 재미나고 웃기고 유쾌하고 술술 읽히는 그런 글을 원하다면야 나는 언제든지 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하는, 아 근데 일단은 음악 에세이 마감을 쳐야 하니까, 음악 에세이 마감을 해버리고 나면 징짜 이번에도 브런치 공모전에 글을 한 번 보내볼까, 이럴까, 저럴까, 어쩔까, 저쩔까 그러고 있다. 아마도 공모전에 글을 보내게 된다면 뭐랄까, 글의 주제는 '글쓰기로 떨어보는 주접' 정도가 되지 아니할런지. 주접떠는 글이 책이 된다면 그 또한 나름의 성취가 아니겠는가, 뭐 그만큼 다 제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마는... 네네... 대체 이경은 무슨 농담을 어떻게 했길래 재미 삼아 쓴 글이 책이 되었는가 궁금하신 분은 <작가의 목소리>를 읽어봐 달라 하는... 네네, 공모전은 개뿔, 이건 그저 책이나 팔아보려는 수작질일 뿐, 네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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