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기 싫다. 너무너무 싫다. 일 안 하고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전업작가, 그래 나도 그거 하고 싶다.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누군가가 책을 내면 가끔 사서 읽어본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으니, 다른 사람이 쓴 책 한 권을 사기 위해서는 내가 쓴 책 열 권을 팔아야 한다는 공식이다. 불쓋! 이러니 이리 생각하나 저리 생각하나 암만 대구리를 좌삼삼 우삼삼 데굴데굴 굴려봐도 전업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다.
책을 팔아서 다른 이들이 쓴 책도 사고, 쌀도 사고, 핸드폰비도 내고, 버스비도 내고, 주유비도 내고,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게 말이 되나 시부럴 세상, 아이스 아메리도 사고, 가끔은 라떼도 사고, 내 영혼의 소울푸드 순댓국도 사서 처묵처묵해야 하고, 떡볶이도 먹어야 하고, 순대가 빠지면 서운하지, 애들 학원비도 내야 하고, 라면도 사고, 짜장면도 사고, 제로콜라도 사고 할라믄 도대체 책을 얼마나 팔아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전업으로다가, 다른 밥벌이 없이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 글 쓰면서 가끔 어디 글쓰기 강연 같은 데에서 불러주면, 아아 여러분들 작가 지망생이십니까들? 아무래도 여러분들의 꿈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봐야졍, 어지간히 잘 쓰지 않으면 그저 괴로운 마음으로 자비출판이나 알아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글쓰기처럼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거 애 진작에 때려치우시길 바랍니다, 하는 속마음은 꼭꼭 숨겨둔 채, 온화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자자 여러분들 언젠가는 꿈을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하는 헛된 희망을 안겨주며, 그러면서 간간히 엣헴, 자고로 글쓰기란 말이졍, 하는 재수 없는 잘난 척을 해대며 그렇게 살고 싶다.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 편집자에게, 아이고 작가님작가님, 하는 존경과 추앙의 소리를 들어가며, 아이고, 이거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로 이 출판업계에 발을 들이신 편집자 양반이신가? 아, 편집자란 말이지요, 작가와의 원투원투 티키타카 호흡이 중요한 직업인데 말이지요오오오오, 하면서 내 영역 밖의 일을 가르치려 들면서, 그러다가 가끔 새벽 시간에는, '편집자 양반 지금 자고 있습니까?' 하는 문자를 보내면서, 슈퍼 진상짓을 떨다가, 원고 마감을 이틀 정도 앞두고서는, 편집자 양반 미안하게도 내 콤푸타 하드가 날아가버렸습니다, 하는 구닥다리 구라를 일삼다가, 기어코 마감을 넘기고서는 휴대폰도 꺼버리고 어디론가 잠수를 타버리고야 마는 그런 전업작가의 삶을 살고 싶다...
아아, 일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