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준비하는 기간에 온전히 기쁨으로만 가득한 단 하루를 꼽으라면 '표지 시안'이 나오는 날이다. 아 이제는 정말 책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에서 오는 기쁨이다.
그전에는 대체로 불안하다.
2018년 첫 책으로 음악 에세이를 내봐야지 하고서 출판사에 투고했을 때 서너 번 정도 계약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무산이 되었다.
작가 지망생의 시간을 보내면서, 누군가는 계약을 하고도 책이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출간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계약도 힘들지만, 계약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책이 엎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책을 계약하고는 이런 불안한 마음을 담당 편집자에게 종종 내비쳤다. 정말 제 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혹시 마케팅 부서에서 판매에 자신이 없다며 엎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제 글이 출간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그때마다 담당 편집자는 불안했던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출판사에서 너와 계약을 했다는 것은 너의 글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함이라고.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편집가가 하는 일>이라는 책에 나왔었나? 편집자가 하는 일 중에 하나로는 작가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라는 걸, 첫 책의 담당 편집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의 계약 미팅을 위해 편집자를 만났을 때에는 "내 책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이직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직이 잦은 편집자의 직업적 특성과 담당 편집자가 바뀌면서 책이 엎어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세 번째 책까지는 모두 출판사 투고였으니, 투고를 검토한 편집자만큼은 내 글을 좋아해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내 글을 파악하고 있는 편집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 이게 투고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반면 출판사 청탁으로 시작하는 책은 그런 믿음이 비교적 약한 편이다. 담당 편집자가 후회하면 어쩌지, 계약을 무르자고 하면 어쩌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내 글이 별로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음악 에세이를 작업하면서는 이런 불안이 좀 있었다. 전체 원고를 투고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계약하고서 처음부터 쓰다시피 글을 썼다. 몇 번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원고를 고쳐나갔고, 그때마다 나는 출판사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어쩌지 하고서 불안해했다.
어쩌면 책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
투고든 청탁이든 이런 불안함이 싹 가시는 날이 바로 '표지 시안'이 나오는 날이다. 일정이 이 정도로 진행이 되면 이제 출판사에서는 어지간해서는 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의 거의 모든 꼴을 갖추고서, 책이 입을 옷을 준비하는 과정. 정말 세상에 책을 내보이기 그 직전의 과정.
지난 금요일 출판사에서는 디자이너에게 표지 의뢰를 맡겼다. 내가 아주 개똥망의 글을 쓴 건 아니구나 싶어서, 이제야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