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라고 쓰고, 팬이라고 읽습니다. 제가 비록 책은 많이 못 팔고 얼굴이 못생겼어도 나름 저의 글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기다려주고 리뷰해 주고 추천해 주고 선물해주고 하는 그런 팬이 몇몇 있습니다, 네네)로부터 일본에서 파는 안약을 선물 받았다.
두 개를 받았는데 하나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고, 하나는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일본 안약을 써보셨는지? 한국 약국에서 파는 밍밍하고 무색무취의 인공 눈물만 쓰다가 일본산 안약을 눈알에 넣는 순간 찌릿찌릿하고 짜릿짜릿하고 저릿저릿한 것이, 아아앜 내 눈! 하면서 한동안은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서서히 눈을 뜰 수 있게 되는 그 순간부터 어째서인지 시원시원해지고 희미하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그런 느낌. 일본산 안약의 힘은 대단하구나 싶다. 이거 쓰다 보면 한국산 안약은 못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안타까운 점은 나의 신체적 심리적 결함이랄지, 그러니까 눈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과 안약을 눈알에 떨어트릴 때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무서움 등등으로 사정없이 눈을 깜빡깜빡이게 되어, 사용하는 안약의 1/3 은 엉뚱한 곳에 가닿아 못 쓰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사람은 반대의 누군가에게 끌리는 법. 젊은 시절 한 때의 이상형이 눈 안 깜빡거리고 한 번에 렌즈 넣고 안약 넣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큰 사람이었다. 쳇.
각설하고 언젠가 일본 약이 왜 좋은가, 왜 일본 약은 말을 잘 듣는가, 왜 일본에는 드럭스토어가 그렇게 발달했는가, 뭐 그런 질문에, 예전 니혼진들이 마루타 생체실험을 하도 많이 해가지고 약 하나는 잘 만들더라아아아, 하면서 일본인들 꼽주는 그런 방송 짤방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뭐 그런 역사적인 불편한 진실은 차치하고라도 일본 안약을 써보니 정말 좋긴 좋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개봉하지 않은 안약을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놓고 있는데, 서랍을 열어볼 때마다 이 안약 박스의 비주얼이란 것이 마치 꼭 편의점에서 파는 콘돔이랑 흡사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소중한 나의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이 미친놈은 왜 사무실 책상 서랍에 콘돔을 넣어두고 있는 거람, 하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안약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하튼 글쟁이의 눈 건강을 위하여 일본산 안약을 선물로 해주는 팬이 나에게는 있다, 하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부럽죠? 빨리 부러워들 해주세요. 빨리...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