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다섯 번째 책이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지금 열심히 보도자료를 쓰고 계실 텐데, 다음 주면 판매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2018년 원래는 첫 책으로 준비하던 '음악 에세이'였는데...
어... 어...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책이 된... 어...
눈물 좀 닦고 써야겠네... 이걸 내는데 5년이 넘게 걸렸네...
흠흠...
...
출간할 때, 책 제목은 보통 출판사의 선택으로 맡겨두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목을 두고서 의견도 많이 내고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심지어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에서 세 가지 안의 제목을 두고서 설문을 받아보기도 했단 말이죠.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세 가지 안 중에서 제가 냈던 제목 안이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도 주변 지인분들에게 제목 설문을 받았는데, 한 출판 편집자 분께서 말씀하시길,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작가가 좋아할 만한 제목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대요. 반면 2, 3번 안은 편집자가 좋아할 만한 제목이었다고요.
실제로 세 가지 안을 두고 물었을 때 글을 쓰시는 많은 분들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골라주셔서, 아 이게 진짜, 작가들이 좋아할 만한 제목인가 싶어서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무리 문장형 제목이 인기 있다고 해도, 책 제목이 열네 글자나 된다니, 사람들에게 제대로 읽히기나 할지 걱정스럽습니다.
sns 해시태그로는 뭐라고 써야 하나 싶고. 그노고말, 그노내고말 줄임말도 생각해보고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불리든 잘 팔리면 좋겠습니다.
책 내면 기쁜 마음 잠시 들다가 책이 잘 안 팔린다는 느낌이 오면 허탈하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다섯 번째 책인데, 이번에도 잘 안 팔리면, 에이씨,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더 이상의 출간은 때려치우고, 하루에 오천 자씩 글 써서 웹소설에 도전해 보겠다, 하는 생각도 들다가도, 아직까지는 이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에 쉽게 때려치우지도 못해요.
첫 책을 준비할 때부터, 글을 쓰다가 마음이 몹시 어지럽고 힘들 때면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한 줌의 모래>에 담긴 단카를 읽는데요. 저에게는 약간 인생책이랄까요. 그런데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지금은 일본의 국민 시인이라지만, 살아생전에는 그리 큰 명성을 얻지도 못하고 가난하게만 살다가 가지 않았겠습니까. 빈센트 반 고흐도 그렇고. 아티스트가 죽고 나서 인기가 많아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저도 벌써 책을 다섯이나 내는데, 평생 무명으로 살다가 죽은 다음에 책이 팔리는 거 아닌가 하는 망상이 들면 너무나 끔찍한 거죠. 그러니 제가 살아 있을 때 제 책을 좀 사주시기들 바랍니다, 네네. 저도 살아있을 때 책이 좀 팔리는 그 느낌을 알아보고 싶다 이겁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주변 지인들에게 돈 좀 빌려달라는 편지를 그렇게 잘 썼다는데요. 빌려주지 아니하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하게 편지를 썼다는데, 저는 그런 절절한 편지를 쓸 자신은 없고, 이렇게 책 하나를 사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책은 뭐 사놓고 안 읽어도 되죠. 일단 사는 게 중요하다... 네네...
그나저나 책 표지 예쁜가요? 예쁘죠? 예쁘다고 해줘요. 이럴 때는 설령 안 예뻐도 예쁘다고 해주는 거야. 분위기 깨지 말고 예쁘다고 해달라 이겁니다... 근데 정말 표지가 예쁘게 보인다면 좋겠네요. 아, 이 책은 무슨 내용이 담겼을까, 궁금증이 생겨서 열어보게 만드는 그런 표지였으면 좋겠습니다. 제 얼굴은 못생겼지만 표지만큼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저의 이 절박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한국에서 에세이라는 것은 2~40대 여성 분들이 주도하여 읽어주는 장르 아니겠습니까. 2~30대는 모두 저에게는 동생이 되는 것이고, 40대부터는 동생과 동갑과 누나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저는 누나들의 입소문 파워를 믿습니다... 누나들... 이 못난 동생의 책을 좀 널리 알려주십셔... 나는 믿는다... 누나들 믿는다... 나믿누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