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팁, 열등감은 내 친구

by 이경



음악웹진 리드머에서 글을 쓸 당시, 뮤지션 선우정아를 인터뷰한 일이 있는데, 오가던 질문과 답변 중에서 그의 음악적 원천이 열등감으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흔히 열등감을 가지는 것은 부정적이고 나쁘다고 인식되어 오지만, 이렇듯 어떤 일을 할 때(그것이 창의적인 일이든 아니든) 열등감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를 평생 괴롭힌 콤플렉스라면 공부머리가 없어서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흔히 가방끈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글을 쓰고 살아오면서 SNS에서 다른 글쓴이들과 친구를 맺게 되면 그에 대한 정보를 눌러보기도 하는데 유독 페이스북에서는 고학력자가 수두룩하다. 페북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등의 명문대를 나온 이들이 왜 그렇게나 많은 것인가. 특히나 그들 중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보게 된다면 아이구야 내가 번데기 앞에서 심히 주름을 잡고 있구나 하면서도 절로 쭈글쭈글 쭈글탱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머리가 나쁜 나는 한때 문학이나 글쓰기를 전공한 이들이 마음을 먹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나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냐는 맹목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야말로 열등감의 폭발이었다.

그런데 책을 하나둘 내다보니까 그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좋은 대학에서 글을 배우고는 10년 넘게 신춘문예에 매달리는 문청들도 보았다. 작년에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유독 국어 선생님이 많은 것 같다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책 하나를 내지 못해 절절매는 분들도 여럿 보았다. 페북에서는 고학력자의 헛소리가 가득하다.


가방끈이 짧은 나는 이런 것들을 보며 나의 열등감을 이용한다. 내가 저들보다 아는 것은 많지 않을지라도, 글쓰기만 놓고 본다면 내가 뒤질 게 무엇인가. 많이 배운 자들이 자비출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때, 저들이 하지 못한 걸 나는 해냈다며 스스로를 위로 삼는 것이다.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글을 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여 나를 자주 의심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들도 사전을 찾아 다시 확인한다. 대개 고학력자들로 이루어진 편집자들에겐 늘 배운다는 자세로 자체 쭈글탱이 모드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소설이든 에세이이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정답을 말하기보다 질문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배움이 부족한 나는 글을 쓰며 늘 답을 말하기보다는 묻는 사람에 가깝다. 열등감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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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바, 얼굴만 보고서도 아 저 인간이 똑똑한 인간인지 멍청한 인간인지 읽어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내 얼굴이 그래도 머리의 멍청함에 비해서는 좀 덜 멍청해 보이는 편이다. (라고 믿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였던 만수(가명) 아버지만이 나를 보고서 "이야, 너는 진짜 공부 못하게 생겼다." 하고서 나의 멍청함을 읽어낸 적이 있는데, 그 어린 나이에 나름의 상처였다.

그리고 그 만수 아버지는 대머리였다. 그냥, 그랬다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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